7월 오리온 창단 감독 취임…동호인 인기 많은 지금이 테니스 투자 늘릴 기회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 감독 "한국 선수들도 세계를 목표로 해야"
이형택(46)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이 "이제 우리나라 선수들도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를 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역 시절 2000년과 2007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단식 16강에 진출하고, 세계 랭킹도 36위까지 도달하며 '한국 테니스의 선구자'로 활약했던 이형택 감독은 은퇴 후에도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유튜브 활동 등을 통해 특유의 입담과 운동 능력으로 '제2의 전성기'라는 평이 나올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7월 창단한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을 맡아 후진 양성에 나섰다.

또 딸인 미나 양이 최근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시작한 '테니스 대디'이기도 하다.

이형택 감독은 19일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개막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대회장을 찾아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 주에는 같은 장소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이 열려 2주 연속 세계적인 남녀 선수들이 국내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형택 감독은 "사실 국내 테니스가 전국체전, 도민체전이 중심이 되는 환경에서 대기업인 오리온의 테니스단 창단이 굉장히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해 감독을 맡게 됐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외국 경험을 많이 쌓게 하고, 다른 선수들도 오리온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선순환 효과를 오리온 그룹, 전영대 단장님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 감독 "한국 선수들도 세계를 목표로 해야"
이형택 아카데미를 통해 선수들을 조금씩 지도하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감독 타이틀을 달고 선수 조련에 나선 것은 2010년대 초반 대한테니스협회 주니어 지도자 이후 상당히 오랜만이다.

김선용 주니어 국가대표 감독이 오리온 테니스단 코치를 맡았고, 이해선(17)과 김장준(15) 등 어린 선수 2명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이 감독은 "아카데미 등을 하면서 아예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대회장에 나간 것은 오랜만이라 설레기도 한다"며 "지난달 국제테니스연맹(ITF) 오리온 닥터유배 대회에서 성인 랭킹 포인트를 따는 등 성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이제 우리나라가 운동 환경이 안 좋다는 얘기는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다만 냉정하게 우리 선수들이 외국 대회로 나가려고 하지를 않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 팀과 계약해서 전국체전, 도민체전에서 성적을 내면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굳이 세계 무대에 도전할 이유가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체전만 잘해도 억대 연봉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게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은 시스템일 수도 있지만 테니스 전체로 보면 세계 무대에 도전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몇 년 전과 비교해 남녀 단식 세계 랭킹 200, 300위 대 선수들이 줄어들고 지금은 권순우, 장수정, 한나래 정도를 제외하면 400위 대 이하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많은 선수가 외국 투어에 도전하고, 그러다 보면 100위 이내로 올라가는 선수도 많아지는 선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웃 나라 일본과도 비교했다.

이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멀리 외국에서 열리는 하부 투어 대회에도 대부분 1, 2명씩 나갈 정도로 도전하는 선수의 수가 우리와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를 바꿀 시발점이 오리온 테니스단의 창단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 감독 "한국 선수들도 세계를 목표로 해야"
현역 시절 삼성증권에서 활약하며 세계를 누볐던 이 감독은 "그때 삼성의 시스템을 접목해서 오리온 테니스단도 세계적인 선수들을 키워내는 구단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테니스를 생활체육으로 하는 동호인들이 많아진 것도 테니스 발전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감독은 "제가 최근에 동호인 테니스 대회를 열었는데 여건상 200명 정도만 받을 수 있었다"며 "신청 시작 3초 만에 마감이 끝나더라"고 최근 국내 테니스 붐을 소개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 정말 축구의 손흥민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까지 나와준다면 테니스 인기가 차원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스포츠 후원도 최근에는 면밀한 손익 계산 등의 검토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국내 테니스 인기와 맞물리는 지금이 기업들의 테니스에 대한 투자를 늘릴 적기라는 것이다.

이 감독의 막내 미나는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인데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딸 이야기에 '테니스 대디'로 돌아간 이 감독은 "지금은 대회 나가면 1, 2회전에서 지는 수준"이라며 "아직은 어떤 선수가 된다기보다 테니스를 즐기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고, 테니스로 인해서 인생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이렇게 성적에 대한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다가도, 대회장에 가서 보면 또 이제…"라며 승리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