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초기화에 장갑까지 치밀함 보여
20일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피해자가 과거에 살던 집 주변을 이달 4일과 5일에 1번씩, 범행 당일인 14일에 2번 등 총 4차례 찾았다. 전 씨는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옛집 주소를 알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검거 당시 증거 인멸 등을 위해 이미 휴대폰을 초기화했으며, 범행 당일에는 겉과 안의 색깔이 다른 '양면 점퍼'를 입었던 것으로 확인돼 장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특히 머리카락과 지문 등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일회용 샤워 캡과 장갑까지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피해자 스토킹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를 받는다. 당초 경찰은 전 씨에게 형법상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나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전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전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심의위는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 인정 △범행을 시인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충분한 증거 △스토킹 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씨를 이르면 오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그 전에 서울경찰청 행동분석팀은 이날 중 전 씨와 면담을 실시해 일명 '사이코패스 검사'(PCL-R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할 계획이다.
한편, 김성희 경찰대 교수와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친밀한 파트너 살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헤어진 파트너 대상 스토킹을 중심으로' 논문에는 스토킹 살해 사건 10건 중 6건은 계획범죄라는 연구 결과가 담겼다. 연구는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살인미수·예비 포함) 사건 중 2017∼2019년 1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336건을 대상으로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