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조건은 재능이 아니라 운"…괴짜노벨상 수상자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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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 수상한 이탈리아 카타리나대 연구진
운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수학적으로 분석
운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수학적으로 분석
“(우리는) 재능과 의지가 성공의 근간이라고 믿고 있지만 틀렸다.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성공의 조건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들은 운(Luck)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수학적으로 계량화하며 지난 16일(현지시간) 제32회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2010년에도 비슷한 연구를 통해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기업이 조직원들에게 무작위로 보상(승진, 임금인상 등) 해줬을 경우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올해도 괴짜들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생태학, 화학, 경제학 등 10개 부문에서 기발한 연구가 나왔다.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문고리를 돌리는 방식을 연구한 일본의 마쓰자키 겐 지바대 교수는 공학상을, 영국 에든버러대의 프랜시스 몰리카 교수는 법률 문서가 왜 그리 이해하기 힘든지 밝힌 연구로 문학상을 받았다. 몰리카 교수는 법조 문서가 난해한 이유가 법적 개념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글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괴짜들의 잔치로 여겨지지만 무시할 만한 시상식은 아니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학자 중에서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돼서다. ‘자석을 이용한 개구리 공중부양’ 연구로 2000년 이 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맨체스터대 교수는 10년 뒤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는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재능과 성공(부)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능은 분포가 평균을 중심으로 고르게 분배되지만 , 재능에 따른 성공은 한쪽에 쏠리는 경향이 짙다는 설명이다. 또 업무 시간, 지능(IQ) 등 재능의 차이에는 한계가 있지만 부와 명예 등 성공은 무한정 증대될 수 있다. 카타니아 연구진은 재능과 성공 두 분포 사이에서 나타난 차이에 무작위성(운)이 있다고 해석했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름순으로 승진 순서가 정해지는 경향이 있거나, 남성적인 이름을 지닌 여성 법조인이 승진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작위성의 위험성을 강조한 이론인 ‘검은 백조(블랙스완)’의 창시자 나심 탈레브, 미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 등도 삶에서 운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입증하고 강조해왔다.
이를 입증하려 행위자 기반 모형(ABM)을 도입했다. 복잡한 거시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미시적 변수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모형이다. 단순한 조건을 적용한 뒤 변수들의 상호작용을 추적해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연구 방식이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기간(40년), 운, 재능, 기술, 노력 등의 조건을 설정한 뒤 직장 내 보상이 어떻게 분배됐는지를 시뮬레이션을 돌려 확인했다. 운이 개입됐을 때만 지금처럼 보상이 한쪽으로 쏠리는 파레토 분포를 보였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가장 보상을 많이 받은 사람(변수)이 재능이 가장 뛰어나지 않았다”며 “되레 재능이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 보상을 독차지할 확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능력주의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능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데다 자칫 무작위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보상은 이미 높은 수준의 성취를 거둔 사람들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다른 인재들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가장 유능한 인재에게 부와 명예를 주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안일한(Naive) 능력주의’라 칭했다.
이들은 “인재들에게 기회와 보상을 제공하려면 성과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성과주의 접근법은 집단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증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성공의 조건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들은 운(Luck)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수학적으로 계량화하며 지난 16일(현지시간) 제32회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2010년에도 비슷한 연구를 통해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기업이 조직원들에게 무작위로 보상(승진, 임금인상 등) 해줬을 경우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재능 vs 운' 연구로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
이그노벨상은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미국 하버드대 유머과학잡지인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가 과학에 관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정했다.. 올해로 32회째를 맞았다. 기발한 연구와 업적을 내놓은 학자들에게 수여한다.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 1~2주 전에 공개된다.올해도 괴짜들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생태학, 화학, 경제학 등 10개 부문에서 기발한 연구가 나왔다.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문고리를 돌리는 방식을 연구한 일본의 마쓰자키 겐 지바대 교수는 공학상을, 영국 에든버러대의 프랜시스 몰리카 교수는 법률 문서가 왜 그리 이해하기 힘든지 밝힌 연구로 문학상을 받았다. 몰리카 교수는 법조 문서가 난해한 이유가 법적 개념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글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괴짜들의 잔치로 여겨지지만 무시할 만한 시상식은 아니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학자 중에서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돼서다. ‘자석을 이용한 개구리 공중부양’ 연구로 2000년 이 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 맨체스터대 교수는 10년 뒤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는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성공과 재능은 비례하지 않아"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의 가정은 단순하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가우스 분포(정규분포)를 이룬다고 가정했다. 실제 지능 부의 분배는 파레토 분포를 이룬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국부의 80%를 상위 20%가 차지하고 있다는 이론에서 나왔다. 흔히 80대 20의 법칙으로 불린다. .재능과 성공(부)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능은 분포가 평균을 중심으로 고르게 분배되지만 , 재능에 따른 성공은 한쪽에 쏠리는 경향이 짙다는 설명이다. 또 업무 시간, 지능(IQ) 등 재능의 차이에는 한계가 있지만 부와 명예 등 성공은 무한정 증대될 수 있다. 카타니아 연구진은 재능과 성공 두 분포 사이에서 나타난 차이에 무작위성(운)이 있다고 해석했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름순으로 승진 순서가 정해지는 경향이 있거나, 남성적인 이름을 지닌 여성 법조인이 승진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작위성의 위험성을 강조한 이론인 ‘검은 백조(블랙스완)’의 창시자 나심 탈레브, 미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 등도 삶에서 운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입증하고 강조해왔다.
이를 입증하려 행위자 기반 모형(ABM)을 도입했다. 복잡한 거시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미시적 변수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모형이다. 단순한 조건을 적용한 뒤 변수들의 상호작용을 추적해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연구 방식이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기간(40년), 운, 재능, 기술, 노력 등의 조건을 설정한 뒤 직장 내 보상이 어떻게 분배됐는지를 시뮬레이션을 돌려 확인했다. 운이 개입됐을 때만 지금처럼 보상이 한쪽으로 쏠리는 파레토 분포를 보였다.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가장 보상을 많이 받은 사람(변수)이 재능이 가장 뛰어나지 않았다”며 “되레 재능이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 보상을 독차지할 확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능력주의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능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데다 자칫 무작위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보상은 이미 높은 수준의 성취를 거둔 사람들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다른 인재들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가장 유능한 인재에게 부와 명예를 주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안일한(Naive) 능력주의’라 칭했다.
이들은 “인재들에게 기회와 보상을 제공하려면 성과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성과주의 접근법은 집단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증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