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노조위원장에 "정말 야비한 사람"… 대법원 "모욕죄 성립 안돼"
경쟁 관계에 있는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해 "야비하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쟁 노조 간 치열한 경쟁이 고소전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다.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직원의 형사적 처벌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어 인사담당자들도 주목할 만하다.

재단법인 우체국시설관리단에는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외에 한국노총 소속 전국우체국시설관리단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A는 우체국시설관리단 OO우체국사업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반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는 우체국시설관리단 □□물류센터 사업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민주노총 소속 우체국시설관리단 지부장을 맡고 있었다.

2017년 우체국시설관리단의 한 우편집중국의 사업소 관리소장(한국노총 소속)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쟁 노조에서 발생한 해고 사건을 적극 활용한 B는 2017년 9월 해당 우편집중국 사업소 직원들에게 위 관리소장의 재활용 폐지대금 횡령 등의 범죄사실을 적극 알리면서 "관련 직원 등이 있으면 추가로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는 그 다음날 해당 우편집중국 사업소 시설관리 직원 3명에게 B가 관리하는 사업소의 문제, 민주노총에 적극적이지 않은 직원에 대한 편파적인 대우, 피해자의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지적했다. 이어 "민주노총 B 지부장은 정말 야비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에 B가 A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A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경위에 대해 "경쟁관계에 있던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지부장인 피해자의 문자메시지에 대응한 것"이라며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으로서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심은 1심와 원심은 유죄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A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표현은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도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