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된 'R의 공포'…전문가들 "현실화 가능성 낮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열된 'R의 공포'…전문가들 "현실화 가능성 낮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다시 들여오는 ‘리쇼어링’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 코로나19 재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해외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선 리쇼어링의 수혜를 볼 분야로 산업 자동화, 건설, 반도체, 지역은행 등 4개 업종을 꼽았다. 미국 내 생산설비 확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란 분석이다.

美 산업 자동화 전문기업 등 반사이익

마켓워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펀드운용사인 아퀼라그룹과 함께 리쇼어링 수혜주를 분석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산업 자동화 부문에선 로크웰오토메이션을 꼽았다. 로크웰오토메이션의 미국 매출 비중은 50% 이상이다. 페드로 마르칼 아퀼라그룹 선임 펀드매니저는 “로크웰오토메이션은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산업 자동화 전문기업”이라며 “이미 리쇼어링을 추진 중인 기업들과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분야에선 공정 전문 디자인업체인 제이콥스가 유망 종목으로 분류됐다. 제이콥스는 인텔과 같은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화이자, 스파크테라퓨틱스 등 제약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어 사업 확대가 쉬울 것이란 전망이다.

철강업체인 스틸다이내믹스, 리튬 생산업체인 리튬아메리카스 등은 자동차업계의 리쇼어링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태양광 패널업체인 넥스트래커는 자체적으로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건설 분야 유망주로 꼽혔다.

반도체 분야에선 에머슨일렉트릭, 포티브 등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리쇼어링 수혜주로 선정됐다. 생산 관리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PDF솔루션스,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PTC, 앤시스 등도 눈여겨볼 만한 종목으로 분류됐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의 중소은행들은 리쇼어링에 따른 융자 사업 활성화로 수혜를 기대할 만하다. 오하이오주 금융회사인 키코프, 조지아주 은행 시노버스 등이다.

“리쇼어링 수년간 이어질 듯”

BoA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업들의 구직 수요에서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리쇼어링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전통 제조업 지대인 ‘러스트벨트’에서 제조업체들이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설비 확충을 위해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은행인 헌팅턴뱅크셰어스의 스테픈 스테이노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중서부 지역이 리쇼어링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며 “미국 남동부와 남서부에도 이런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BoA는 수년간 리쇼어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미국 내 반도체 사업 활성화를 장려하기 위해 500억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인 ‘반도체 및 과학법’에 서명했다. 지난달 16일엔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통과시켜 자국 내 반도체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BoA는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제조업 수익 100억달러가 미국으로 이전되면 미국 내 자본 지출이 38억달러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 중 3분의 1은 건물 건설에, 3분의 2는 장비 구축에 쓰인다”고 분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