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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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추가분담금이 중요하겠습니까. 시간이 금인데 빨리 사업을 재개해야죠.”(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원 A씨)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조합은 인당 2억원대의 추가 분담금을 떠안게 됐다는 소식에도 ‘속도전’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올초까지만 해도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공사비 인상을 막자는 목소리가 컸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으로 시간을 끌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최근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제시한 공사비 증액안(4조3600억원)을 그대로 한국부동산원에 검증 의뢰했다. 조합은 다음달 15일 총회를 열어 시공단의 요청안에 대해 표결하고 최대한 빨리 재건축 사업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비 증액은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를 촉발한 도화선이었다. 조합 내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면서 지난 4월 공정률 52%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번에 증액한 공사비 4조3600억원은 2016년 총회 당시 공사비(2조6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가량 많고, 2020년 재계약한 공사비(3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1조1000억원 크다. 조합원 6100여 명이 추가로 지급해야 할 공사비만 인당 2억6000만원(최초 공사비 기준)에 이른다.

적지 않은 추가분담금이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번에도 공사 재개가 미뤄지면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관련 비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시공단이 제시한 증가 내역을 보면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 손실 3644억원 △재착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분 3617억원 △공사중단 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금 1125억원 등이다.

추가분담금은 향후 부동산원 검증과 일반분양가 책정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는 통상 두세 달 뒤에 나온다. 일반분양가가 당초 예상가(3.3㎡당 3220만원)보다 높게 책정되면 추가분담금이 줄어들 수 있다. 서울 강동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가 심의는 이달 말이나 늦어도 10월 초께 구청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연내 관리처분 총회, 내년 초 일반분양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단은 다음달 15일 조합 총회에서 증액 공사비 추인이 이뤄지면 바로 공사 재개에 나설 계획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