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의무매입法'은 '혈세 탕진法'…올해 50만t 사면 1조 날아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민주 '양곡관리법' 강행 예고
초과 생산된 쌀 전체물량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법제화
정부의 재량권 없애버려
3년 후 10분의 1 헐값으로
사료·주정용 처분 불가피
보관·가공비도 큰 부담
초과 생산된 쌀 전체물량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법제화
정부의 재량권 없애버려
3년 후 10분의 1 헐값으로
사료·주정용 처분 불가피
보관·가공비도 큰 부담
더불어민주당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과 생산된 쌀 매입에만 한 해 최대 1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렇게 사들인 쌀은 2~3년간 창고에 보관했다가 주정용 사료용으로 매입가 대비 10~20%의 헐값에 팔려나간다. 쌀 시장격리(매입·보관 후 일부 재판매)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혈세 탕진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 대비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 한도 내에서 쌀을 매입할 수 있다. 정부가 초과 생산량 중 얼마를 사들일지에 대해 재량권이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재량권을 없앴다.
민주당의 개정안 처리 방침엔 올해 쌀값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농심(農心) 잡기’를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작년 10~12월 40㎏에 5만3535원에서 지난달 25일 4만1836원으로 22%가량 떨어졌다. 초과 생산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쌀값을 떠받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논리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확된 쌀 중 초과 생산된 37만t을 사들이는 데만 약 7900억원을 썼다. 통상 쌀 10만t을 정부가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올해 쌀 초과 생산량이 50만t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쌀을 사는 데 드는 예산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매년 쌀이 남아돌다 보니 이렇게 매입한 쌀은 보관 기한(3년) 후 매입가 10~20% 수준의 헐값에 주정용 사료용으로 팔린다는 점이다. 정부로선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시장격리에 드는 정부 비용은 10만t당 2290억원(헐값 매각에 따른 손실+보관비용)에 달한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 추산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한 해 50만t의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매입해야 할 경우 1조1450억원의 혈세가 날아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밀·콩 등 전략 작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쌀 생산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왔다. 벼농사를 짓는 고령농의 은퇴가 늘면서 2000년 529만1000t에 달하던 쌀 생산량은 2021년 388만2000t으로 20%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쌀 공급 과잉은 계속되고 있다. 쌀 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지난해 56.9㎏으로 40% 줄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평년 기준으로 매년 20만t가량 쌀이 초과 생산되는 상황”이라며 “장기간 감소 추세이던 쌀 생산량이 반등하면 수급 불균형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날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현안과 관련해 실무 당정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 소위에서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점은 비판했지만 개정안에 대한 강경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양곡관리법 논의와 관련해 “내년도 양곡 수급계획 등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의제로 올리고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표가 달린 문제이다 보니 정부·여당이 전향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며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이유정 기자 jung@hankyung.com
민주당, 양곡관리법 최우선 처리 방침
민주당은 20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포함한 7개 법안을 10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권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개정안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 대비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 한도 내에서 쌀을 매입할 수 있다. 정부가 초과 생산량 중 얼마를 사들일지에 대해 재량권이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재량권을 없앴다.
민주당의 개정안 처리 방침엔 올해 쌀값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농심(農心) 잡기’를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작년 10~12월 40㎏에 5만3535원에서 지난달 25일 4만1836원으로 22%가량 떨어졌다. 초과 생산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쌀값을 떠받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논리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확된 쌀 중 초과 생산된 37만t을 사들이는 데만 약 7900억원을 썼다. 통상 쌀 10만t을 정부가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올해 쌀 초과 생산량이 50만t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쌀을 사는 데 드는 예산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매년 쌀이 남아돌다 보니 이렇게 매입한 쌀은 보관 기한(3년) 후 매입가 10~20% 수준의 헐값에 주정용 사료용으로 팔린다는 점이다. 정부로선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시장격리에 드는 정부 비용은 10만t당 2290억원(헐값 매각에 따른 손실+보관비용)에 달한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 추산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한 해 50만t의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매입해야 할 경우 1조1450억원의 혈세가 날아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질적 쌀 공급 과잉 심화될 수도
관가에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계속된 쌀 생산 감축 기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쌀이 얼마나 과잉 생산되든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되면 상당수 농가가 밀이나 콩 등 다른 작물을 포기하고 농사 짓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안정적이기까지 한 쌀농사를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밀·콩 등 전략 작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쌀 생산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왔다. 벼농사를 짓는 고령농의 은퇴가 늘면서 2000년 529만1000t에 달하던 쌀 생산량은 2021년 388만2000t으로 20%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쌀 공급 과잉은 계속되고 있다. 쌀 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지난해 56.9㎏으로 40% 줄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평년 기준으로 매년 20만t가량 쌀이 초과 생산되는 상황”이라며 “장기간 감소 추세이던 쌀 생산량이 반등하면 수급 불균형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날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현안과 관련해 실무 당정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 소위에서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점은 비판했지만 개정안에 대한 강경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양곡관리법 논의와 관련해 “내년도 양곡 수급계획 등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의제로 올리고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표가 달린 문제이다 보니 정부·여당이 전향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며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이유정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