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와 관련해 ‘의전 책임론’이 불거지자 “영국 왕실 측과 상의된 일정”이라고 반박했다.

야권은 이날 오전부터 ‘의전 실수론’에 불을 지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하고 장례식장에만 참석했다”며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고 말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영국 측의) 홀대라면 홀대가 되지 않도록 했어야 되는 것이고, 우리 쪽 실수였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악의적인 해석”이라고 받아쳤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위상과 국격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애쓰는 외교 무대에서의 정상을 그런 식으로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건 누워서 침 뱉는 일”이라며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외교라는 대외적 문제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순방지인 미국에서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뉴욕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지각을 했다, 홀대를 받았다, 의전 실수가 있었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장례식을 마치고 조문록을 작성한 데 대해 “영국 왕실에서 자칫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 날로 순연하도록 요청이 있었고 우리는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후 3시39분께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했고, 오후 6시에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 사이에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를 조문할 경우 리셉션에 참석할 수 없어 영국 측이 조문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일정을 조정해 일찍 영국에 도착했어야 한다’는 야권 주장에 대해서는 “새벽에 일찍 출발할 수 있었지만 왕실과 충분한 협의 속에서 조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대변인은 “왕실로선 모두가 다 일찍 온다면 그것 또한 낭패일 것”이라며 “수많은 국가의 시간을 다 분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