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내분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국민을 짜증 나게 한다. 이번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를 놓고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노출되면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내부 총질’ 문자 공개로 큰 파장을 일으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 위원장이 ‘해당(害黨) 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보내자, 유 의원은 ‘성 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제명해야죠’라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평의원 시절 주고받았다고 하지만, 내용 자체가 논란인 데다 민감한 문자라면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했어야 했는데 위원장부터 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을 돌아보면 ‘식물 집권 여당’과 다를 바 없다. 정권 출범 4개월이 넘도록 권력다툼에 빠져 여당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에 3연승한 정당이 두 번이나 비상대책위를 꾸린 것도 전례가 없는 비정상적인 일인데, 그마저 법원 결정에 따라 또 무효가 될 수 있는 처지다. 당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당권을 장악하려고 잇단 무리수를 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책임이 크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입당 9개월밖에 안 된 이용호 의원에게 42표가 몰린 것은 이들에 대한 경고다. 릴레이 가처분 신청에 이어 유엔 제소까지 하겠다고 잇단 막장 드라마를 쓰고 있는 이 전 대표도 어이가 없다.

집권 여당의 역할은 정권의 주요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내각의 방패가 돼 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집안싸움에 골몰하느라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와 법인세율 인하, 연금 개혁, 반도체 입법 지원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은 강 건너 불구경이 돼 버렸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 똘똘 뭉쳐 대통령 고발, ‘김건희 특검’ 카드로 공세에 나서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노조 불법 쟁의행위를 조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법 개정안) 등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 태세에 국민의힘의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정 위원장과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정상적인 집권당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