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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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에너지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유럽과 미국이 에너지 설비 투자에 최근 들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석유 공급이 다시 부족해질 것이란 의견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석유) 수요가 더 반등할 것”이라며 “이 때 생산 추이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점이 심각하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약 2978조원에 이른다. 애플 시가총액인 2조4830억달러(약 3460조원)의 86% 수준이다.

아람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키긴 했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방 정부와 그간 투자자들이 화석연료 투자를 도외시하고 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해온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는 게 나세르 CEO의 설명이다. 그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4년 7000억달러에서 지난해 300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올해 투자 규모도 너무 적을뿐 아니라 투자 시기도 늦었다”고 지적했다.

나세르 CEO는 당분간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 근거로 그는 지난 1년간의 에너지 가격 급등세를 들었다. 연초 배럴당 80달러 밑이였던 유가는 지난 6월 120달러를 돌파했다가 이달 들어 9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지난 2월말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연초 보다는 비싼 가격이다.

나세르 CEO는 “이번 (에너지) 위기는 현실의 파도가 휩쓸고 간 일련의 모래성들에 불과하다”며 “전세계 수십억명이 심각하고 장기간에 걸친 에너지 위기와 생활비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추진 중인 에너지 가격 상한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나세르 CEO는 “가격 상한제가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근본적은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람코는 지난 2분기 484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90%나 늘었다. 이 업체는 장기적으로 향후 10년간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