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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펀드 수석전략가
“덜 공격적인 긴축이 더 현명한 접근법”




JP모건은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예고한 공격적 긴축이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에, 덜 공격적인 접근법을 채택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공격적 긴축에 따라 경기가 침체되면 Fed는 다시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고,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의 ‘저물가·저성장·저금리의 시대’로 회귀하게 돼 주식 투자자들에게 나쁠 게 없다고 분석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수석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내놓은 주간전망을 통해 “Fed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고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웃돈 이후 Fed의 공격적인 긴축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지만, 시장의 우려만큼 Fed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 근거로 켈리는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 △근원 인플레이션 구성 항목 중 물가가 잘 떨어지지 않는 끈적끈적한(sticky) 항목의 인플레이션을 Fed가 용인해야 할 필요성 △공격적 긴축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을 제시했다.

“인플레 압력 완화 추세 이어질 것”

켈리는 8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전망치를 0.1%포인트(p) 웃돌면서 시장의 좋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CPI 상승률 자체가 낮아지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휘발유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갤런당 3.68달러에 거래돼 8월 평균인 3.97달러와 비교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8월에 급격한 상승을 보였던 식품 가격은 소비자 수요 감소와 운송비용 하락을 반영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천천히 상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도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데 따라 더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항목의 물가는 8월에도 4.6% 하락했다.

이에 따라 1년 전과 비교한 CPI의 상승률이 9월에는 8.0%로 8월의 8.3%보다 더 낮아지고, 내년 4분기에는 3.1%로 하락할 것이라고 JP모건은 예상하고 있다.

켈리는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 소비 디플레이터는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으로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4분기에는 5.1%, 내년 4분기에는 2.4%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원 물가 올리는 ‘기대 인플레’ 우려 과도하다”

8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았던 배경은 근원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항 항목의 물가지수)의 세부 항목 중 하방 경직성을 보이는 주거비와 같은 항목이었다. 켈리는 “Fed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이것의 한 측면은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면서도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 계속된 1970년대와 현재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임금이든 제품·상품이든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려운 사회구조가 근거로 제시됐다. 켈리는 “오늘날 근로자들은 노조가 없으면 그들의 임금 인상을 쟁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며 “마찬가지로 정보화시대에 소비자들은 모든 기업의 제품 가격을 즉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하려는 모든 기업의 시도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나타내는 데이터들이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9월 초에 이뤄진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향후 5년 동안 물가가 2.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명목 국채와 물가채의 수익률 차이로 구체화된 향후 5년 동안의 예상 CPI 상승률은 지난 16일 기준 2.49%였다고 켈리는 전했다.

주거비는 착시로 인해 상승세가 유지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켈리는 “실제 임대료는 CPI 바구니에서 7%의 가중치만 있고, 주택 소유자가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임대할 경우 지불하는 임대료를 나타내는 ‘소유주의 등가 임대료’가 지수의 24%를 차지한다”며 “아무도 실제로 경험하지 않는 인플레이션의 범주인 소유주의 등가 임대료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고착과 싸우기 위해 (Fed가) 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긴축發 침체 현실화되면…투자자에겐 유익한 환경”

시장에서는 8월 CPI 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돈 충격으로 다음날 종료되는 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켈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11월에도 같은 일(기준금리의 0.75%포인트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이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Fed가 기준금리를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0.75%포인트, 11월에도 0.75%포인트, 12월엔 0.50%포인트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4.25~4.50%에 이르렀을 때, Fed는 경제가 높은 금리 수준을 감당하는지 보기 위해 긴축을 잠시 멈출 수 있다고 켈리는 전망했다.

그는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높은 달러 가치가 각각 주택시장과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재정난이 소비자 지출을 계속 둔화시키고 있다는 대답을 Fed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내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기껏해야 ‘매우 느린 성장’으로, Fed가 더욱 적극적으로 긴축에 나서면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며 “경기 침체는 남은 인플레이션을 잠재울 가능성이 높고, 낮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조합은 내년 후반에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도록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투자나 소비지출을 자극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지난 10년의 대부분 기간동안 만연했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이는 우리의 가족들에게는 고무적이지 않은 환경이지만, 자금을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