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만명이 지난해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다. 자퇴나 미등록 등을 합쳐 중도탈락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재적인원의 5%에 육박했다. 학생 수와 중도탈락 비율 모두 사상 최대다. 이른바 ‘SKY’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도 예외가 없었다. 지방대→인서울대→SKY대→의약대로 이어지는 ‘학벌 사다리타기’가 공고해지면서 사회적 비용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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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퇴하고 의약대로

21일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대·교육대·산업대 등 4년제 대학의 중도탈락 학생 수는 9만7326명으로 재적학생의 4.9%에 달했다.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2011년 4.1%, 2017년 4.5%, 2021년 4.9%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최상위권 대학인 서울대 405명(1.9%), 연세대 700명(2.6%), 고려대 866명(3.2%)의 중도탈락 비율도 역대 최대였다. 3개 대학의 평균 중도탈락 비율은 2011년 1.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6%로 두배 상승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명문대에 어렵게 합격하고도 학생증을 반납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중도 탈락 학생 중엔 공과대학이 123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업생명과학대 90명, 자연과학대 57명 순이었다. 고려대에서도 공과대학 196명, 생명과학대학 1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도 공과대학 260명, 이과대 94명 순이었다.

중도탈락생이 이처럼 자연계에 집중된 것은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로 갈아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기업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안정적인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의약대의 인기가 매년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 할수록 명문대 들어가기 쉬워

서울 주요 대학 중에선 서강대와 한국외대의 중도탈락 비율이 3.6%로 높았다. 성균관대·한양대(3.4%), 중앙대(3.2%), 경희대(3.1%) 등도 탈락률이 높았다. 서강대, 한국외대는 신입생으로 한정할 경우 탈락률이 각각 12%, 10.3%에 달했다. 탈락 사유는 대부분 ‘자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요즘 도서관에 가면 SKY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준비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반수생이 워낙 많다보니 신입생환영회 등 행사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반수생은 일단 대학에 입학했다가 다시 입시를 치르는 학생을 뜻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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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대, 경북대 등 9개 지방 거점국립대의 중도탈락 비율은 평균 4.3%에 달했다. 이들 대다수는 서울 소재 주요대학에 가기 위해 반수를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여파로 오는 11월17일 실시되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은 31.1%로 2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응시자 3명 중 1명이 N수생인 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반수생 증가를 촉발한 주요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비대면 수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유시간이 늘어난 데다, 학생들의 소속감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급감도 원인으로 꼽힌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 주요 대학의 정원은 거의 그대로인데 고3 인구가 줄면서 재수를 할수록 명문대에 들어가기 유리한 상황이 됐다”며 “강남학원가에선 서울대 입학을 위해선 재수가 필수코스처럼 굳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반수생 증가가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에선 1년 재수를 선택할 경우 사교육비가 약 2000만원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더 늦어지는 문제도 있다.

최만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