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군 동원령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러시아 예비군 30만명이 이날을 시작으로 전선에 투입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부분 동원령’(Partial Mobilization)에 서명했다. 그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 해방된 영토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부와 총참모부가 제안한 부분 동원령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린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부로 예비군 등의 동원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부분 동원령이기 때문에 예비군 및 군 관련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소집된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부분 동원령이 적용되는 러시아 예비군 수는 약 30만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부분 동원령이기 때문에 러시아 예비군 200만명 중 일부만 징집한다고도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부분 동원령이 적용되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군인 신분 및 급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가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동원령을 택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푸틴 대통령 역시 동원령을 내릴 경우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을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결국 부분 동원령을 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부분 동원령이 학생 및 군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현재 목표는 러시아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국민들을 자극했다. 그는 연설에서 현 상황을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에 비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러시아에 핵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다양한 파괴 수단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가 위협받으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와 남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지역 등의 친러 임시 행정부가 이달 23~27일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치르기로 한 데 대해서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돈바스 지역 해방과 러시아계 주민 보호라는 특별군사작전의 주요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 전사자 수는 5937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서방의 추정치(약 1만5000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