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그제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41억500만달러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거의 확실시된다.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292억달러로, 무역통계를 작성한 이후 66년 만에 최악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로 인한 수입 증가세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20일까지의 이달 수입액이 371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6.1% 증가한 것도 이런 사정이다. 수출이 버텨주길 기대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간다. 이달엔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1.5일)까지 겹쳐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줄어든 329억달러였다. 최대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이 14% 감소하면서 중국 수출 감소세가 넉 달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승용차 철강 무선통신 등 주력 상품에서 중국이 우리 턱밑까지 쫓아오면서 한국 수출전선에는 위험 신호가 한층 높아졌다. 한국 수출의 25%가량을 점하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굳어지면 무역적자 늪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데 무역적자가 만성화하면 나라 경제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4대 연기금 재정 악화에 따른 혈세 투입 등으로 재정 건전성 회복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재정적자에 경상적자까지 쌍둥이 적자가 고착화할 위험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원화 가치 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여 국제 자본의 이탈과 환투기 세력의 공격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특정 달에 무역적자가 나타나면 다음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확률이 흑자일 때보다 28%가량 높아진다는 분석(한국경제연구원)은 그런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수출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예비비 120억원을 투입해 기업 물류비 부담이라도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수출전선을 지켜내려는 기업 노력과 함께 에너지 과소비에 대한 가계의 경각심도 절실하다. 허리띠를 졸라매 급증하는 에너지 수입이라도 줄이도록 함께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