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대왕 조각가'가 무념무상으로 그린 氣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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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청작화랑서 개인전
'조각 외길'에서 화가로 변신
10분간 춤추다 일필휘지로 그려
'조각 외길'에서 화가로 변신
10분간 춤추다 일필휘지로 그려
원로 조각가 김영원(75)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각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홍익대 미술대학 학장을 지낸 그는 국내 최고 권위의 조각상인 ‘김세중조각상’과 ‘문신 미술상’을 받았다. 2013년 이탈리아 조각 거장 노벨로 피노티(83)와 함께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시를 여는 등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은 일반인에게도 친숙하다.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대형 인체 조각, 역대 대통령 10명의 조각상(청남대)과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조각상(롯데월드타워) 등이 그의 솜씨다.
평생 ‘조각 외길’을 걸어온 김 작가가 화가로 변신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그림자의 그림자’에서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신작 회화 26점과 조각 7점 총 33점이 걸렸다. 김 작가가 회화를 중심으로 개인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일종의 ‘액션 페인팅’(그림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의미를 두는 전위적 회화 기법)처럼 보인다. 먼저 캔버스에 커피 가루를 묻힌 물감을 발라 시멘트벽 느낌이 나는 배경색을 칠한다. 그다음 붓에 물감을 찍은 뒤 5~10분간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다 무아지경에 들어선 순간, 일필휘지로 작품을 그려낸다. 김 작가는 “세계에 흐르는 기(氣)를 포착해 캔버스에 무의식적으로 옮기는 과정”이라며 “작품 구성을 생각하며 그리는 액션 페인팅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의 밑바탕에는 동양 철학이 깔려 있다. “어느 날 ‘아무리 조각을 잘해봤자 결국 그리스 조각의 아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을 깨부수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신통치 않았죠.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작업 방식을 계속 찾다가, 2018년부터 노장사상과 선(禪) 등 동양 철학에 바탕을 둔 지금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김 작가는 “특이한 작업 방식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명상과 정신 수련으로 얻은 깨달음을 작업에 녹였다”고 설명했다.
홍가이 미술평론가(전 미국 MIT 교수)는 “김영원의 그림에는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라는 사상이 녹아 있다”며 “자연주의 예술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전시장에는 그의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 등 조각 연작도 함께 나와 있다. 전시는 다음달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그의 작품은 일반인에게도 친숙하다.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대형 인체 조각, 역대 대통령 10명의 조각상(청남대)과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조각상(롯데월드타워) 등이 그의 솜씨다.
평생 ‘조각 외길’을 걸어온 김 작가가 화가로 변신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그림자의 그림자’에서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신작 회화 26점과 조각 7점 총 33점이 걸렸다. 김 작가가 회화를 중심으로 개인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일종의 ‘액션 페인팅’(그림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의미를 두는 전위적 회화 기법)처럼 보인다. 먼저 캔버스에 커피 가루를 묻힌 물감을 발라 시멘트벽 느낌이 나는 배경색을 칠한다. 그다음 붓에 물감을 찍은 뒤 5~10분간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다 무아지경에 들어선 순간, 일필휘지로 작품을 그려낸다. 김 작가는 “세계에 흐르는 기(氣)를 포착해 캔버스에 무의식적으로 옮기는 과정”이라며 “작품 구성을 생각하며 그리는 액션 페인팅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의 밑바탕에는 동양 철학이 깔려 있다. “어느 날 ‘아무리 조각을 잘해봤자 결국 그리스 조각의 아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을 깨부수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신통치 않았죠.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작업 방식을 계속 찾다가, 2018년부터 노장사상과 선(禪) 등 동양 철학에 바탕을 둔 지금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김 작가는 “특이한 작업 방식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명상과 정신 수련으로 얻은 깨달음을 작업에 녹였다”고 설명했다.
홍가이 미술평론가(전 미국 MIT 교수)는 “김영원의 그림에는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라는 사상이 녹아 있다”며 “자연주의 예술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전시장에는 그의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 등 조각 연작도 함께 나와 있다. 전시는 다음달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