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군인권감수성 과정 프로그램에 인권특강 예고
이 중사 유족 강하게 반발…전 실장 "주최측이 임의로 넣은 것"
'이예람 중사 사건' 기소 전익수, 인권위 특강 일정 논란
군내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특별검사가 기소한 공군본부 전익수 법무실장(준장)이 인권업무를 담당하는 공군 장교·부사관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강사로 예고돼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국가인권위원회의 대전인권사무소의 '2022년 군 인권감수성 과정' 교육 프로그램 안내문을 보면 다음달 7일 대전인권교육센터에서 공군인권나래센터장의 1시간짜리 인권 특강이 마련됐다.

공군인권나래센터는 공군 법무실 산하 인권 담당 기관으로, 센터장은 다름 아닌 전 실장이다.

안내문에는 전 실장의 실명이 적히진 않았지만 '센터장'이라고 쓰인 만큼 전 실장이 강연자라고 이해해도 무리가 없다.

이 안내문은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이 출범하기 두 달 전인 올해 4월 민간 강연자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당시에도 전 실장이 이 중사의 죽음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터였다.

대전인권사무소 측은 "행사 자체는 계획됐지만 전 실장이 와서 강의한다, 안 한다는 지금 명확하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공군인권나래센터가 인권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우리와 공동으로 기획해 인권 교육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센터장으로서) 인사말을 할 수 있어 강의라기보다는 그 정도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실장이 인사말을 한 뒤 다른 강연자가 특강을 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강연 일정에 대해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연합뉴스에 "전 실장이 인권 강의를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전 실장이 강의하게 되면 공군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유족과 함께 대전인권사무소로 찾아가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진 중 한 명은 "최근 인권위 측에 전 실장의 특강 여부를 문의하자 '(기소로) 보직이 박탈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예람 중사 사건' 기소 전익수, 인권위 특강 일정 논란
당사자인 전 실장은 연합뉴스에 "해당 행사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프로그램을 짠) 올해 초에 보고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참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담당자가 임의로 넣은 일정이고, 이름은 특강이지만 군 인권 업무에 관해 설명하고 인사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사진 중 군인권센터장이 있는데 오히려 그가 공군 앞에서 강의하는 게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는 의견을 대전인권사무소에 전달했다"며 "군인권센터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녹취록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이 중사 사건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한 것처럼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은 이달 13일 전 실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했다.

전 실장은 이 중사 사건 가해자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 내용을 자신에게 전달한 군무원 양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담당 군검사에게 전화해 자신이 양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고 기재한 영장 범죄사실이 잘못됐다며 계급·지위를 앞세워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전 실장이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의혹의 핵심 근거가 된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지휘선의 성폭력 수사 무마 시도에 대한 조사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