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인 앱클론이 보유한 토지와 건물의 가치 재평가 작업에 나섰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유형자산을 많이 보유한 제조업체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가치 재평가에 나서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바이오벤처가 이런 조치에 나선 건 드물다는 평가다.

2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앱클론은 경기도 시흥 땅과 서울 구로구 본사 공간에 대해 자산 재평가를 하기로 했다. 시흥 땅은 앱클론이 개발 중인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생산할 설비를 짓기 위해 2019년 87억원애 매입했다. 4276㎡ 규모다. 구로구에는 본사와 연구개발(R&D) 시설이 있다.

앱클론 관계자는 "해당 자산이 10여년 전 기준으로 저평가돼 있어 현재 기준으로 평가를 다시 받겠다"고 말했다. 재평가 작업은 제일감정평가법인이 한다. 오는 30일을 기준으로 재평가한다. 이 작업에는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앱클론이 자산 재평가에 나선 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더 근본적인 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앱클론은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세전 손실 비율이 50%를 넘겼다. 53%였다. 이 비율이 최근 3년 중 2년 간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올해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재평가에 나선 자산은 장부가로 132억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재평가된 가치와 기존 장부가액 간 차액은 회계상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된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세전 손실 비율 계산 때 '분모'가 커져 전체 비율은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의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신약개발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회계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바이오벤처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년 간 신약개발 임상에 투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바이오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장 유지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