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연구원 안전 강화…인천본부에 무선통신망 구축"
2005년 세종기지에서 활동하고 있던 극지연구소(해양수산부 출연기관) 소속 대원이 업무 중에 골절상을 입어 인근 칠레기지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당시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 사고로 처리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내국인의 국외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극과 북극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종·다산·장보고 과학기지와 아라온호(쇄빙선)에서의 안전사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 예방과 신속한 파악을 위해 인천 본부에 안전관리실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에 있는 안전관리실은 남극에 있는 세종과 장보고기지, 북극에 있는 다산기지, 아라온호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무선 통신망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유선으로 사건·사고를 확인했으나 현재는 무전기 등 무선으로 업무 상황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다.

과학기지에서는 대기, 해양, 생물 등의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관측 활동, 기지 수백㎞ 떨어진 곳에서 연구 활동 등을 한다. 아라온호는 기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바다 얼음을 깨고 유용한 생물자원을 발굴한다.

이런 활동 과정에서는 야생동물과의 조우, 위험지역 조난, 기지 인근의 화산폭발·지진·쓰나미 등 자연재해, 저체온증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쇄빙선에서는 유빙 충돌에 의한 사고, 해빙에 의한 선체 이동 불가 등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강 소장은 최근 실시간 극지 실황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개발해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하루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극지 기지와 쇄빙선 직원들의 업무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위험지역 활동을 확인하게 되면 다시 한번 안전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강 소장은 “극지 연구는 원천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하는 업무”라며 “응급 수송 항공망 구축이나 특화된 안전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증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