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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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전기차(EV) 판매량이 급증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 시각) 광물가격정보업체인 벤치미네랄인텔리전스(BMI)를 인용해 중국에서 리튬염을 정제한 탄산리튬이 1t당 7만1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년에 비해 4배 가까이 폭등했다.
탄산리튬 가격/사진=WSJ
탄산리튬 가격/사진=WSJ
다른 원자재 가격이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경기침체 우려에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건물, 자동차, 휴대폰 등 다양한 산업의 원자재로 쓰이며 실물경기의 가늠자로 통하는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는 이번 분기 약 7% 하락했다. 구리와 같이 산업 전반에 쓰이는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15%가량 하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제재로 가격이 크게 뛴 유럽 천연가스 가격조차 지난달에는 10% 하락했다.

리튬 가격이 다른 원자재 가격과 다른 추이를 보이는 이유는 전기차에 있다. 전기차의 동력인 배터리를 만드는 데 리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광물 상태로 채취된 리튬이 배터리에 쓰이기 위해선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정제돼야 한다.

WSJ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확보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승용차협회는 올해 중국의 EV 판매량이 2021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 600만 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에드워드 마이어 ED&F캐피털마켓 금속 컨설턴트는 "리튬 가격은 중국 전기차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은 활황세"라고 말했다.

외부 요인도 리튬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올해 여름 중국 중부 지방의 폭염으로 인한 정전 사태로 탄산리튬 정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리튬의 생산이 줄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수잔 저우 애널리스트는 " 중국 리튬 처리 능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쓰촨성의 공급업체들은 며칠 동안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리튬 정제 분야를 장악하는 중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최근 미국 의회가 처리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배터리의 광물·부품 가운데 중국산이 다량 포함된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했다.

리튬의 가치가 커지면서 기업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는 "이들은 부족한 공급을 막기 위해 리튬 생산 기업들과 거래를 체결했다"며 " 기업들은 최대 생산 지역인 라틴 아메리카와 호주에서 리튬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리튬 정제를 '돈을 찍어내는 산업'에 비유하면서 "기업들이 리튬 정제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거래업체 트렉시스의 케빈 스미스 에너지금속전무이사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공급이 수요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