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못 넘겨'…도시바 인수전에 일본계 후보 급부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도시바를 공동으로 인수하려던 일본의 국부펀드 일본투자공사(JIC)와 일본 사모펀드(PEF) 운용사 일본산업파트너스(JIP)가 저마다 다른 인수후보를 끌어들여 독자적으로 인수전을 치르기로 했다. 도시바 인수전에서 유력한 일본계 후보가 두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JIC와 JIP가 컨소시엄 계약을 해지하고 이르면 이달 말 치러지는 도시바 인수전 본입찰에 따로 참가한다고 22일 보도했다. 도시바 인수 이후 운영방안에 대한 이견이 결별 원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JIC와 JIP는 지난 6월 도시바 예비입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했다. JIC·JIP 컨소시엄 외에 미국 PEF인 베인캐피털, 영국 CVC캐피털파트너스, 캐나다 인프라 전문 펀드인 브룩필드 등 네 곳이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JIC는 적격인수후보 가운데 하나인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른 해외 PEF들의 투자도 받을 계획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과 부채의 중간 형태의 투자수단으로 의결권이 없다. 해외 자금 유치와 일본 정부 승인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원자력발전소 등 경제안보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일본 정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일본 정부는 해외 자금의 도시바 인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베인캐피털도 일본 국부펀드와 손을 잡으면 도시바 인수와 정부 승인 가능성을 한 번에 높일 수 있다. 베인캐피털은 2018년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도시바메모리(현 키오시아홀딩스)를 인수할 때도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 일본의 정책금융공사와 손을 잡았다.

JIP는 주부전력, 오릭스 등 일본의 전력·철도·금융 등 인프라 대기업 10여곳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도레이와 일본생명보험 등에도 출자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도시바 인수전에는 '일본 국부펀드·글로벌 PEF' 연합팀과 '일본 인프라 대기업· PEF' 연합팀 등 2개의 일본 인수후보가 참가하게 됐다.

도시바는 회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와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해 회사 분할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분할안을 철회하고 공개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후보들은 대주주의 보유 지분을 인수하면 잔여 지분의 공개매수를 실시해 도시바를 상장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1882억엔(약 21조2616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전체 인수가격은 3조엔에 달할 전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