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스탠딩 담소 그쳐…美의회 겨냥한 듯한 尹발언 놓고 '시끌'
한일 정상 30분 대좌에 우리측 "약식 회담" vs 日측 "간담" 의미 축소
섣부른 '분위기 띄우기' 원인 지적도…野, 英 '조문 취소' 이어 "외교 참사" 맹공
한미회담 불발·한일회담 논란…尹 정상외교 '뉴욕발 파장'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계기로 추진한 미국, 일본과의 정상외교가 후폭풍에 직면했다.

대통령실이 일찌감치 개최를 공언했던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과정·형식 그리고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들 회담이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우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등 최대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거나, 적어도 본격 논의의 계기가 될 걸로 기대됐던 터라 파장이 적지 않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외교 참사"라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약 30분간 회담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일정상회담이자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열린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이다.

한일관계 복원과 발전을 위한 정상간 대화의 물꼬를 텄고, 이에 따라 양국 협의도 더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한일 정상은 관계 개선 필요성과 북핵 공동대응 의지 등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발표 등을 보면 '뇌관'인 강제징용을 둘러싼 가시적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상회담과 달리 모두발언이 공개되지 않았고 취재기자단도 없었다.

양국이 개최 여부 자체를 놓고도 막판까지 확인하지 않는 등 진통이 이어진 상황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약식 회담'으로 규정한 우리와는 달리, 일본 측은 '간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회담 불발·한일회담 논란…尹 정상외교 '뉴욕발 파장'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불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바이든 대통령 주최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까지 참석했지만, 현장에서 미 정상과 짧은 시간 서서 만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은 이후 언론 공지에서 한미 정상이 영국서 한 차례, 뉴욕에서 두 차례 각각 만나 미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 억제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의제를 놓고 정식으로 대좌하는 정상회담보다는 논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한미정상회담 무산은 바이든 대통령의 뉴욕 체류 일정이 갑작스럽게 단축된 데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 여파로 윤 대통령의 경제 일정 중 재미 한인과학자 간담회는 대폭 축소됐고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에는 대통령 참석이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나서면서 미 의회를 겨냥한 듯한 민감한 발언을 한 모습도 영상에 포착되면서 파장을 키우는 양상이다.

영상 속 윤 대통령은 수행하던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고 말했다.

'뉴욕발 정상외교 파장'을 놓고서는 대통령실이 섣불리 분위기를 띄우려다 기대만 키웠다는 시각이 나온다.

수십 개국 정상의 일정이 맞물려 돌아가며 변수가 많은 다자회의에서는 양자 일정이 변동 가능성이 큼에도, 주요국인 미국·일본과 외교 일정을 너무 섣불리 발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도 첫 일정이었던 한·핀란드 정상회담이 나토 가입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양국이 동시에 '회담 확정'을 발표하는 관례와, 정치적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여론을 살펴야 하는 기시다 총리의 국내 상황 등을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곧바로 "외교 망신 참사"라며 공세를 폈다.

미국 방문에 앞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차 런던을 찾은 윤 대통령의 '조문 취소' 논란에 이어, 한미·한일 정상회담 파장을 고리로 윤 대통령의 외교 역량을 집중 공격하려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정상외교의 목적도 전략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외교 망신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