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비속어를 사용한 장면이 방송사 영상에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퍼졌고 야당은 ‘외교 참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한 뒤 걸어 나오며 수행하던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주변 사람들에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 의회가 글로벌펀드 기여금 예산 증액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하다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윤 대통령의 막말 사고 외교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이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이어졌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던 중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 의원은 “이 ××는 윤 대통령이 대화 도중에 늘상 사용하는 관용어구 또는 추임새 같은 것인가 보다”라며 “참담하다. 대한민국 국격이 무너졌다”고 성토했다. 이에 한 총리는 “만약 사실이라면 적절치 않겠다. 듣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답변할 상황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뉴욕 현지에서 브리핑을 하고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들어보면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며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에서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