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바이오메딕스가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중 다섯 개는 현재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표적하고 있습니다. 연내 임상 중인 척수손상과 중증하지허혈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 확보를 기대하며, 파킨슨병 치료제의 임상을 승인받겠습니다.”

김동욱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는 23일 “배아줄기세포 및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해 척수손상 파킨슨병 망막변성 중증하지허혈 등을 표적하는 여덟 개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척수손상 치료제는 배아줄기세포(ES cell) 유래 세포치료제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임상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중증하지허혈 치료제는 줄기세포 미세조직체를 이용한 세계 첫 임상 단계 후보물질이다.

배아줄기세포 분화 기술, 국제표준기술로 채택

김 대표는 “배아줄기세포는 몸 안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며 “배아줄기세포를 분화시켜 병든 세포를 대체하면, 근본적인 재생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 생기는 파킨슨병의 치료를 위해선,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표준화된 분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포주들은 각기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어, 분화효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원천 플랫폼 기술인 ‘TED’는 배아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iPSC) 같은 전분화능 줄기세포의 신경계 분화 표준화 기술이다. 모든 배아줄기세포나 iPS세포에서 표준화된 기술을 사용해 세포주들의 분화경향성을 극복하고 신경전구세포(NPC)를 고수율로 얻을 수 있다. 또 분화 과정에 3차원(3D) 배아체 배양 단계를 도입해, 신경전구세포의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기술은 2010년 선진국 18개국이 참여한 ‘국제줄기세포포럼’에서 신경계통(외배엽) 분야 줄기세포 분화의 공식 프로토콜(방법)로 채택됐다. 국제표준 기술로 줄기세포주들을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에 특허가 등록됐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TED를 통해 확보한 신경전구세포를 특정 질환에 맞는 세포로 분화시켜, 이를 활용한 각종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척수손상 치료제 ‘TED-N’과 파킨슨병 치료제 ‘TED-A9’ 등이다.

TED-N은 현재 국내 1·2a상을 진행 중이다. TED-A9에 대해선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을 신청했다. 연내 승인받는다는 목표다. 망막변성 치료제 ‘TED-R’은 전임상 단계다.

3차원 줄기세포 배양 기술로 기능 향상

이와 함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몸 밖에서 3차원(3D) 형태로 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몸 안의 장기는 3D 형태기 때문에, 세포를 3D로 배양해야 몸 안에서의 세포 기능을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간·폐 등 3D 형태의 고형 장기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세포는 ‘부착형’이지만, 보통 부착형 세포를 몸 밖에서 배양할 때는 2D 형태로 배양한다”며 “2D 형태로 배양된 세포는 체내 존재 형태(3D)와 달라 세포 고유의 특성이 바뀌고, 때문에 투여하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3차원 기능성 스페로이드(미세조직) 구현 기술 ‘FECS’는 부착형 세포를 3D 형태로 만드는 기술이다.

세포 배양 접시에 재조합 생리활성 단백질을 바르고 이 위에 세포를 깔아준다. 신호전달 작용에 의해 세포의 기능이 강화돼 각종 성장인자와 사이토카인 및 세포외기질(ECM)의 생성량이 증가하면서, 24시간 이후 세포들이 자가구조화를 통해 3D 형태로 뭉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페로이드의 형성률은 약 99.9%이며. 모양과 크기도 일정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자가구조화된 스페로이드는 인체의 미세 조직과 매우 유사한 형태”라며 “몸 안에 주입하면 생착률이 높고 세포의 생존율도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스페로이드 형성 과정에 활용하는 생리활성 단백질과 세포를 달리해, 다양한 질환에 맞는 기능성 세포 스페로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근육세포 혈구세포 신경세포 간세포 피부세포 등 다양한 세포와 생리활성 단백질의 결합이 가능해, 이를 통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이 기술을 활용해 중증하지허혈 치료제 ‘FECS-Ad’와 눈가주름 치료제 ‘FECS-DF’를 개발하고 있다. 각각 1·2a상과 1·2상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의 유효성 결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파킨슨병 치료제는 세계 유수 기업들과 경쟁 중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다양한 세포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