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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연말까지 보수적 대응 권고…현금 늘려라"
"내년 통화정책 바뀌면 2700선 다시 회복"
[마켓PRO] "코스피 2100 붕괴 대비해라…무조건 현금 확보할 때"
"코스피 지수가 2100선을 이탈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연말까지는 반등을 현금화의 기회로 삼되 2100선 부근까지 내려오면 적극적으로 매수할 만하다고 봅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사진)은 최근 증시의 변곡점을 정확히 내다 본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이다. 이 팀장은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 시장의 약세를 점치며 여의도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통했다. 하지만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시장이 폭락하자 비둘기로 변모했고, 2021년 하반기부턴 통화정책 변화 등을 감안해 다시 보수적 스탠스로 변했다.

올해 증시에 대해 이 팀장은 "무조건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 이후 통화정책이 바뀐다면 코스피 지수는 다시 2700선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한경 마켓PRO가 이 팀장을 만나 시장 전망에 관해 물었다.

▷현재 한국증시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경기는 안 좋아지는데 금리는 인상해야 하고, 물가는 안 잡히는 상황입니다. 이 셋 중에 하나라도 잡히는 그림이 나오면 증시가 잠깐 반등하지만, 이 악순환 자체가 끊기는 그림은 아니라 다시 주저앉는 모양새입니다. 앞으론 경기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증시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 연말까지는 반등하면 현금화하실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안 좋은 흐름이 지속될까요.
"올해 말에서 내년 1분기가 제일 안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 1분기 글로벌 경제가 제로성장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 역시 경기민감주를 필두로 기업 실적 전망이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후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뀌면서 코스피 지수는 대세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기 흐름은 2023년 상반기 완전히 침체한 뒤 그해 하반기 기저효과가 작용해 턴어라운드 하는 그림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이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때와 비슷한 수준의 정책을 기대하긴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유동성이 증시를 밀어 올릴 것이라 보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은 어마어마한 유동성의 물꼬를 막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유동성이 남아있고 물꼬만 열어주면 다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때보다 속도나 강도는 낮아지겠지만 코스피지수를 2700선까지 밀어줄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내년도 증시 상승 때 주도주는 어떤 업종이 될 거라 보십니까?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대형주 위주의 시장을 예상합니다. 탈세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종에 정책적 지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해당 업종의 세계적 경쟁력이 특히 뛰어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내년도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형주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지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종목은 코스피 지수가 2300 깨졌을 때 20%, 2200 깨졌을 때 30%, 2100 깨졌을 때 50% 등 매수하는 비중을 늘려간다면 내년과 내후년쯤엔 충분한 수익으로 돌아올 겁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차전지를 제외하면 대안주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시장을 이끌어 갈 힘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들 주식은 지수가 빠지면 오르지만, 지수가 오르면 다시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태양광이나 방산은 긴 호흡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조선은 더 수주가 나오기 힘들 것 같고 원전도 수출 가능성이 회의적입니다."

▷반도체 주식은 하루에 4%씩 올랐다가도 이튿날 다시 하락하는 등 투자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투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주가가 툭툭 튀어 오르는 건 수급이 비어있어서 그렇습니다. 외국인이랑 기관이 조금만 매집해도 주가가 오르는 겁니다. 다만 반도체 업황의 골이 깊을 줄은 알았는데 더 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추세상승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 반등과 반도체 주가 선행성을 감안하면 빠르면 올해 말, 내년 초쯤 주가가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 봅니다. 내년 1분기 실적시즌 때 턴어라운드가 확인되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내년도 경기 반등 시나리오를 해칠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물가입니다.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경기 저점 시기도 계속 밀리게 됩니다. 다만 물가는 잡힐 것이라 예상합니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을 놀라게 했지만, Fed는 개인소비지출(PCE)을 기준으로 정책을 정합니다. CPI 내 임대료가 서베이 지표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CPI보단 PCE가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투자자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잘 지켜야 공격의 기회가 생긴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섣부르게 공격하면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지금은 현금 비중을 늘리고 포트폴리오를 지키는 데에 집중할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기회는 다시 또 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