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ETF 쏟아졌지만…거래액 1억 미만 '부실' ETF 주의보
올해 신규 상장한 ETF 10개 중 4개는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1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내 최초’를 앞세운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증시 영향도 크지만, 단순 이색 테마 ETF만으로는 투자자를 사로잡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유동성이 적은 소규모 ETF는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신규 상장 ETF 91개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ETF 수는 91개(지난 22일 기준)로 집계됐다. 2021년(90개)과 2020년(47개) 연간 신규 상장 수를 이미 넘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수는 2020년 468개에서 최근 620개까지 불어났다.

이색 테마 ETF와 더불어 채권·리츠(REITs)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ETF가 쏟아지고 있다. 올 들어 우주항공, 원전, 인공지능(AI), 음식료 등을 테마로 한 국내 최초 ETF들이 증시에 상장했다. 만기형 채권 ETF나 월 배당(분배금) ETF 등 새로운 유형의 상품도 등장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ETF는 대부분 기존 시장에 없던 상품”이라며 “올해 주식시장이 부진하면서 채권형 상품이나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형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흥행 성적은 '글쎄'

운용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이색 ETF가 출시되고 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진 못했다. 올해 상장한 91개 ETF 중 하루 거래금액(3개월 평균 기준)이 1억원 미만인 종목은 36개(39.6%)에 달했다. 통상 ETF는 거래금액이 1억원을 넘어야 유동성공급자(LP) 도움없이 호가가 형성돼 자연스럽게 거래가 일어난다. 하루 거래금액이 1000만원 미만인 종목도 5개나 있었다.

하루 거래금액이 가장 적은 종목은 ‘마이다스 KoreaStock중소형액티브’(267만원)였다. 반면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의 하루 거래금액은 137억원으로 올해 상장 ETF 중 가장 많았다. 전체 ETF 가운데 하루 거래금액이 많은 상품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5278억원), KODEX 레버리지(3898억원), KBSTAR 단기통안채(2487억원) 등 출시된지 오래된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자금 유입 측면에서도 올해 상장한 ETF는 대체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최근 3개월 동안 순자산 유입 상위 20개 ETF 중 올해 상장한 ETF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과 ‘SOL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등 두 개뿐이었다.

○부실 ETF 투자자 피해 우려

올해 상장한 ETF 중 순자산총액 70억원 미만 상품은 12개(13.2%)에 달했다. 국내에선 ETF 설정액이 최소 70억원 이상이어야 상장할 수 있다. ETF 설정액과 순자산총액 간에는 자산가치 등락 등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대부분 최초 설정액 이상으로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최근 운용사들의 공격적인 ETF 출시를 두고 증권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투자 상품의 다양화를 이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기존 공모펀드 대비 거래가 쉽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올해 다양한 ETF가 출시되면서 과거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 등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흥행에 실패한 ETF들이 무더기로 상장폐지될 경우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한 지 1년 넘은 ETF의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을 경우 다음 반기말에도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ETF는 상장폐지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원치 않은 시점에 투자를 멈춰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ETF는 유동성공급자(LP)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가격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무분별한 상장으로 운용역 한 명이 지나치게 많은 ETF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