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너 때문이니 재산분할 없다" 적반하장
배우자 성매매 여부 확인하는 '유흥탐정' 성행
최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 이같은 사연을 제보한 여성 A 씨는 유별나게 돈에 민감한 남편과 맞벌이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남편과 생활비 50만 원을 각출해 총 100만 원을 생활비 통장에 넣고 그 돈으로만 생활을 이어갔다. A 씨 남은 수입으로 남편은 주식투자 등 재테크를 했다. 남편은 A 씨가 콩나물 하나를 살 때도 잔소리했으며, A 씨가 임신 때문에 일을 못 하게 됐을 때도 생활비를 꼭 내야 한다며 야박하게 굴었다.
그러던 중 A 씨는 돈에 벌벌 떨던 남편이 불법 안마시술소를 출입해 온 사실을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됐다. 이에 남편은 "다시는 가지 않겠다"며 사과했고, A 씨는 용서하며 상호 동의하에 위치추적 앱을 휴대폰에 설치했다.
이후에도 남편은 아이 내복 하나 사는 것까지 '사치'라면서 돈을 쓰지 못하게 했지만, 불법 안마시술소 출입은 계속했다. A 씨는 종일 위치추적 앱만 들여다보게 될 정도로 삶이 황폐해졌으며, 남편은 그런 A 씨에 대해 '의부증'이라며 화를 냈다.
지칠 대로 지친 A 씨는 결국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편은 "난 돈 한 푼 없고 당신의 의부증 때문에 이혼하는 거니까 재산분할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A 씨는 "그간 제 월급통장까지 남편이 관리했는데, 한 푼도 못 주겠다니 이게 말이 되냐"면서 "남편이 불법 안마시술소 출입을 계속하고 있고, 다니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계속 다니고 있는데, 당연히 부정행위로 볼 수 있지 않냐"고 변호사 조언을 구했다.
안미현 변호사는 먼저 불법 안마시술소가 '성매매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곳'을 통상 지칭한다고 설명하면서 "불법 안마시술소의 의미가 이렇게 명확한데, 어찌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민법 제840조 제1호에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반드시 정교 관계를 전제로 한 간통뿐만이 아니라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며 "불법 안마시술소라는 곳에 출입을 여러 차례나 해서 부부간의 신뢰를 훼손하고 이미 그곳에 가서 정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데, 참 답답하고 저도 화가 난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남편이 법정에서 아내의 '의부증'을 주장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아내가 남편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서 남편을 이유 없이 의심하고 감시하는 행동을 할 때 의부증이라고 하는 건데, A 씨는 이유 없이 의심했던 게 아니라 남편이 이미 불법 안마시술소를 수시로 다녔다"며 "남편이 연락 두절 등 부부간 신뢰를 깨뜨리고 의심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연 속 아내를 의부증으로 몰아서 이혼 사유로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A 씨 남편의 불법 안마시술소 출입 사실이 이혼 시 재산 분할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재산분할은 혼인 후 함께 이룩한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분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분의 수입 생활비 등 지출 비율, 그리고 노동 여부 등을 따져서 전체 재산에 대한 비율을 정하게 된다"며 "남편이 소득을 어느 정도 더 많이 버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불법 안마시술소를 다니며 함부로 재산을 탕진하고,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실은 남편의 기여도를 낮추는 불리한 사정으로 반드시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의부증은 이혼 사유에 해당할까?
안 변호사는 "의부증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이혼 사유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부증은 망상장애라는 정신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이를 치료하기 위한 질병이라고 보는데,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 쌍방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이혼 판결의 주요 요소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서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만약 그 증상이 가볍거나 회복이 가능한 경우 상대방은 사랑과 희생으로 치료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치료를 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그저 혼인 관계 계속하기 어렵다고만 주장하면서 이혼 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배우자 또는 연인의 성매매 업소 출입 여부를 확인해주는 이른바 '유흥 탐정'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의뢰하면 성매매 업소 업주들이 이용하는 데이터베이스(DB)에서 출입 기록을 조회해주는 방식이다.
한 운영자는 홍보 글에서 "성매매 업소는 (고객) 인증이 이뤄져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 업소끼리 손님 데이터베이스(DB)를 공유한다"고 주장했다. 유흥 탐정은 4년 전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검색 동향을 분석해주는 네이버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유흥 탐정 검색량은 평소 대비 3~5배 증가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흥 탐정 이용 후기나 업체를 추천해달라는 문의가 종종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이들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져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성매매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지만,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성매매 이력을 캐내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