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언론 "EU와 협력하지 않을 시 돈줄 죄기 경고한 것"
EU 집행위원장, 이탈리아 극우 집권 우려에 "방법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의 선거가 어려운 방향으로 진행되더라도 우리에겐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연설에서 곧 치러지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과 관련한 견해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모두를 필요로 한다.

그건 꾸준한 작업이다.

절대 안전하지 않다"며 "민주적인 정부가 우리와 함께 일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이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어려운 방향으로 진행되더라도 헝가리, 폴란드의 경우와 같이 우리에겐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선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우파 연합은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극우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이탈리아 차기 정부가 EU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연합이 내세우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비롯해 정부 부채가 150%에 달하는 이탈리아가 공공지출 확대와 대대적인 감세 등 자국 중심의 포퓰리즘 정책을 펼칠 경우 EU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라 레푸블리카'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언급한 '방법'이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뜻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탈리아는 EU가 코로나19 피해국을 돕기 위해 조성한 유럽개발기금의 최대 수혜국이다.

이탈리아는 2026년까지 1천915억유로(약 264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EU로부터 지원받는다.

마리오 드라기 정부 체제에서 이미 400억유로를 지원받은 상황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차기 정부가 EU와 협력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1천500억유로에 달하는 지원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이 매체는 해석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언급한 폴란드는 코로나19 지원금 동결 대상국에 올랐다가 최근 해제됐고, 헝가리는 지금도 동결 조치가 해제되지 않고 있다.

'라 레푸블리카'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렇게 명확한 방식으로 말한 적은 근래에 없었다"며 "멜로니가 이끄는 우파 연합에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진짜 경고를 날렸다"고 전했다.

우파 연합은 당장 발끈했다.

극우당 동맹의 대표인 살비니 상원의원은 "선거가 어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냐"며 "그러면 좌파가 이겨야 한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