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에 새로 문을 연 무인간편식 코너 '출출박스'에서 학생들이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20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에 새로 문을 연 무인간편식 코너 '출출박스'에서 학생들이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학식은 가난한 대학생들 생활에 필수 수단이다. 대학교는 팬데믹 당시 강의 질이 떨어지는 비대면 수업하고도 등록금을 그대로 받지 않았느냐. 학식 가격 인하를 해줘도 모자랄 판에 인상한다는 건 학생들에게 굶어 죽으란 소리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신 씨(20)의 말처럼 학식 가격 인상 소식에 대학생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와중에 등록금이 인하된 것도 아닌데 학식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이 가격이라면 학식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 주변에 5000원 이하로 끼니 해결할 곳 없나요?"

최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한 학생은 "학교 주변 5000원 이하로 끼니 해결할 수 있는 곳 추천 부탁드린다"며 "식비를 아껴야 하는데 학식은 가격이 인상된다고 들었다. 도와달라"고 익명의 글을 게시했다. 휴학생이나 졸업생으로 추정되는 한 학생은 "고대 학식이 6000원이나 해요?"라면서 당혹감을 보이기도 했다.

고물가에 각 대학교의 학식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월 서울대학교는 학식 가격을 기존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서울대 졸업생 이 모 씨(34세)는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학식 관련 불만 글이 최근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내 학창 시절 1700원짜리 학식이 지금 6000원이다. 미친 물가"라면서 "커뮤니티에 '학식'을 검색해보니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세대 역시 학식 가격을 기존보다 500원 올렸고, 고려대는 지난 19일부터 1000원 인상한 6000원에 학식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지속적인 물가 인상으로 학생복지위원회 논의 결과 학생 식당 식대 인상을 요청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는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식 가격 인상 반대와 1000원 아침밥 확대 촉구를 주장하기도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학식 가격 인상 반대 및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학식 가격 인상 반대 및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천원 학식' 부럽다"

최근 서울대학교는 대학 최초로 밀키트 도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일부터 조리 과정을 생략하고 인건비를 절감해 학생들의 식대 부담을 덜어줄 밀키트 판매를 시작한 것. 서울대 내 자동판매기에선 도넛, 핫도그 등 간식과 함께 파스타(2500원) 떡볶이(5200원) 도시락(4500원) 등 음식물 10여 종을 사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대에 다니는 한 학생은 "저렴한 학식 가격을 다 올려놓고 간편식 밀키트를 사 먹으라 하니 화가 난다"고 불편한 기색을 전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밀키트의 장점은 밤이나 주말에도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고 학식 문화 개선에 근본 목적이 있다"면서 "서울대는 가격 범위를 상향한 것으로 평균 가격 인상 폭은 1000원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는 학교 선배들이 기부금을 모아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단돈 1000원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도 학생 식당에서 '천원의 학식'을 판매하고 있다. 학교 측은 복지사업 일환으로 매년 2억5000만원 이상을 보조한다고 밝혔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선 "성대 학식 1000원 뉴스 봤느냐. 나는 학식 가격 보고 놀랐다", "1000원 학식 너무 부럽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이현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