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심사위원 "감사원, 합숙심사 최종일 수정 집요하게 물어"
방통위 "점수표 한번 제출하면 봉인돼 수정 불가"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3명, 점수표 제출 뒤 수정"
2020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3명이 평가 점수를 최종 제출한 뒤 뒤늦게 점수를 수정했다는 언급이 나왔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A씨는 23일 연합뉴스에 "8월 초 감사원에서 연락이 와 조사를 받았을 때 조사관이 '심사위원 3명이 심사 마지막 날에 점수를 수정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또 "감사원은 '일반적으로 점수가 계산된 뒤 수정을 하는 경우가 있느냐'를 집요하게 물었다"고 말했다.

다른 심사위원 B씨도 감사원 조사 때 '심사 마지막 날 점수를 고친 심사위원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감사원에서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관련 조사자료를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이 심사는 2020년 3월16일부터 20일까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4박5일간 합숙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각 심사위원은 합숙 4일차인 3월19일 오후 수기로 적은 채점표를 제출했고, 방통위 직원들이 이를 전산화하는 작업을 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의 전언과 일정을 고려하면 마지막 날인 3월20일 심사위원 3명이 전날 제출한 평가 점수를 고친 정황을 감사원이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심사위원이 점수표를 수기로 적어 내면 사무국이 합산해 점수를 확정한다"며 "수기 점수표는 제출 뒤 봉인되고 이를 추후 수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수기 점수표는 합숙 기간 1회 제출됐으며 점수표 수정은 심사위원이 단순 계산 실수를 했던 경우에만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TV조선은 이 심사에서 총점은 653.39점으로 재승인 기준을 넘겼지만, 중점 심사 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210점 만점에 104.15점을 받아 배점 50%에 미달하면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일부 심사위원이 TV조선의 점수표 제출이 끝난 뒤 TV조선의 점수가 재승인 기준을 넘기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되도록 점수를 뒤늦게 고쳤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이 방통위에서 받은 '심사위원별 심사점수표'에 따르면 TV조선은 이 항목에서 56∼134점을 받았다.

낮은 점수(위원장 제외)부터 나열하면 56점, 58점, 79점, 94점, 99점, 101.5점, 106점, 120점, 123점(2명), 131.5점, 134점 순이었다.

서울북부지검은 23일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기 과천시 방통위 청사와 심사위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