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오타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팬데믹 이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양국 정부와 기업 간 광물자원 분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北 비핵화와 인·태전략 공조

윤 대통령은 이날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캐나다는 양국이 공유하는 핵심 가치와 성과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공급망 교란 위기에 맞서 경제안보 공조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 광물 생산국인 캐나다와 반도체, 배터리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국제 질서 변화에 따른 충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외교·산업당국 간 고위급 협의 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했다.

AI·디지털 전환 등 ‘신성장동력’도 함께 찾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 선진국인 캐나다와 디지털 혁신국인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전환을 위해 협력해 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서울에서 뵙기를 고대한다”며 트뤼도 총리에게 방한을 제안했다.

회담은 양국 정상 부부간 친교 오찬 이후 짧은 공개 환담과 확대 회담, 기자회견 순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메리 사이먼 캐나다 총독 내외와도 대화를 나눴다.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다. 앞서 양국 정상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기간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한국 정상이 캐나다를 공식 방문한 것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반도체 넘어 AI 강국으로”

윤 대통령은 회담 전날엔 토론토대에서 AI 분야 석학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 강국으로 성장한 캐나다의 성공 요인을 듣고 한국의 기술력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AI 딥러닝 기술의 개척자 중 한 명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 등에게 캐나다가 AI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비결을 물었다. 힌튼 교수는 △유연한 이민 체계 △장기적인 정부 지원 △연구자 간 활발한 교류 등을 그 배경으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기관이 캐나다 기관과 AI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네이버는 토론토대,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50억원 규모의 3자협업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벡터연구소와 인력 교류를 포함해 60억원 규모의 연구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캐나다 순방에 대해 “대한민국이 반도체를 넘어서서 디지털 기술 핵심인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가 제조 강국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추격 국가에서 선도 국가로 가는 것이 과제”라며 “이번 순방은 앞으로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는 AI와 관련된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타와=좌동욱/김인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