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시인은 '詩새내기'에게 '이 시집'을 추천한다 [작가의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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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시는/여기에 있다"
진은영 시인은 10년 만에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내면서 시 '그러니까 시는'를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지금, 현실의 아픔과 동행하겠다는 그의 시론(詩論)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는 시집 첫머리에 영국 소설가 겸 비평가 존 버거의 말을 인용해 적었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찾고 있어요."
왜 시인에게는 '여기,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할까. 진 시인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갖는 시"라고 했다. 그는 "지구상에 사는 달팽이가 3만5000종이나 된다고 한다"며 "인간이라는 존재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관찰하면 그만큼이나 다양하고 독특한 존재이고, 문학은 그냥 존재한다고 여겼던 걸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시인에게 시와 사랑은 동의어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와 안정을 깨부수는 계기는 오직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요새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대사 때문에 '붕괴'라는 단어를 많이들 쓰시더라고요. 그런데 우리의 완고한 껍질을 붕괴시키는 일이 곧 사랑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랑만이 우리에게 안정되고 견고한 선을 다 넘어서게 만드는 거죠."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시집 해설에서 "그가 무엇보다도 사랑의 시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고 말한 이유다. 황인찬 시인은 시집 추천사에서 "진은영 시인을 사랑하지 않을 시인이 어디 있을까"고 말하기도 했다. 진 시인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처음 가는 마을>도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쓴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대표작을 모은 시선집이다.
그는 “노리코의 시는 난해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삶의 통찰이 들어있다"며 "시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을 적대시하기 쉬운 시대"라며 "노리코는 문학을 통해, 한 사람을 통해 한 나라의 문화 전반에 호감을 갖게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논픽션 중에서는 재클린 로즈의 <숭배와 혐오>를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이 책은 '숭고한 모성'에 대한 신화를 파헤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어머니들은(나 자신을 포함해) 하나같이 사회가 기대하고 지시하는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흔히 어머니가 구현할 것이라 기대하는 상투적 특징과 상충되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라는 존재는 멀고도 가까운 타인이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문학상담을 가르치고 있는 진 시인은 "학생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이 다양하지만 대체로 여성들"이라며 "상담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본인의 내면에도 관심이 많은데, 항상 등장하는 화두가 '엄마'라는 이름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책은 엄마와 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성 신화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좀더 분석적,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진은영 시인은 10년 만에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내면서 시 '그러니까 시는'를 통해 이렇게 선언했다. 지금, 현실의 아픔과 동행하겠다는 그의 시론(詩論)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는 시집 첫머리에 영국 소설가 겸 비평가 존 버거의 말을 인용해 적었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찾고 있어요."
왜 시인에게는 '여기,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할까. 진 시인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갖는 시"라고 했다. 그는 "지구상에 사는 달팽이가 3만5000종이나 된다고 한다"며 "인간이라는 존재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관찰하면 그만큼이나 다양하고 독특한 존재이고, 문학은 그냥 존재한다고 여겼던 걸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시인에게 시와 사랑은 동의어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와 안정을 깨부수는 계기는 오직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요새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대사 때문에 '붕괴'라는 단어를 많이들 쓰시더라고요. 그런데 우리의 완고한 껍질을 붕괴시키는 일이 곧 사랑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랑만이 우리에게 안정되고 견고한 선을 다 넘어서게 만드는 거죠."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시집 해설에서 "그가 무엇보다도 사랑의 시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고 말한 이유다. 황인찬 시인은 시집 추천사에서 "진은영 시인을 사랑하지 않을 시인이 어디 있을까"고 말하기도 했다. 진 시인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처음 가는 마을>도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쓴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대표작을 모은 시선집이다.
그는 “노리코의 시는 난해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삶의 통찰이 들어있다"며 "시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을 적대시하기 쉬운 시대"라며 "노리코는 문학을 통해, 한 사람을 통해 한 나라의 문화 전반에 호감을 갖게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논픽션 중에서는 재클린 로즈의 <숭배와 혐오>를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이 책은 '숭고한 모성'에 대한 신화를 파헤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어머니들은(나 자신을 포함해) 하나같이 사회가 기대하고 지시하는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흔히 어머니가 구현할 것이라 기대하는 상투적 특징과 상충되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라는 존재는 멀고도 가까운 타인이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문학상담을 가르치고 있는 진 시인은 "학생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이 다양하지만 대체로 여성들"이라며 "상담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본인의 내면에도 관심이 많은데, 항상 등장하는 화두가 '엄마'라는 이름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책은 엄마와 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성 신화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좀더 분석적,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