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시멘트업계는 제조원가 급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핵심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화물연대 파업은 시멘트 유통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원가 급등 충격파의 ‘무풍지대’인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유연탄 장기옵션계약으로 저렴하게 유연탄을 조달한 아세아시멘트가 그 주인공이다.

25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7개 시멘트업체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8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78%)보다 5%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반면 아세아시멘트의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73%로 전년 동기(74%)보다 낮아졌다.

매출원가는 재료비, 공장 근로자 임금, 전기료, 수도료 등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한다.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매출원가율)이 높을수록 수익성은 낮아진다.

아세아시멘트의 선방 비결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을 다른 회사보다 싼 가격에 조달한 덕이 컸다. 아세아시멘트 관계자는 “작년 러시아산 유연탄 물량의 장기옵션계약을 체결하면서 현 시세의 3분의 1 정도 가격으로 올 상반기까지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연탄 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지난해, 대부분의 시멘트업체는 더 이상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비용을 들여가며 가격을 고정하는 장기옵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세아시멘트는 더 오르는 쪽에 베팅하며 장기옵션계약을 맺었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업체인 GCI에 따르면 2021년 평균 유연탄 가격은 t당 137달러로 2020년(60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올 들어 지난 20일 기준 t당 431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른 대다수 시멘트회사는 유연탄 가격 급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쌍용C&E의 매출원가율은 작년 상반기 75%에서 올 상반기 88%로 크게 상승했다. 한일시멘트는 75%에서 79%로, 성신양회는 80%에서 84%로 매출원가율이 상승했다. 시멘트업체들은 이달부터 시멘트값을 11~15% 인상해 유연탄 가격 상승의 충격을 일부 보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시멘트업체와 달리 레미콘업계는 올 들어 수익성에 큰 변동이 없었다. 유진기업, 동양, 아주산업 등 레미콘 상위 3사의 올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평균 91%로 시멘트업계(평균 83%)보다 높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올 들어 모래 자갈 등 골재가 15%, 시멘트 가격은 18% 올랐지만 지난 5월 레미콘 가격을 13% 인상한 데다 선제 경영효율화를 한 덕이다. 레미콘 3사 중에선 동양이 매출원가율이 하락했다. 동양 관계자는 “건축자재 유통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한 것이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