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화·올해 현대重 인수 무산…알박기 논란·파업에 어수선
내부서도 긍정적 분위기 감지…"경영정상화 속도 낼 것"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넘는 기나긴 매각 작업 끝에 새 주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후 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온 대우조선은 2008년과 올해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될 뻔 했으나 무산되면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다시 한화그룹의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대우조선은 21년간 달았던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름표를 떼고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맞아 경영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 '21년 매각 진통' 끝내나…새주인 찾아 정상화 전망
◇ 워크아웃 졸업 후 미뤄진 매각…2008년 한화 인수 불발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를 보유한 대우조선(옛 대우중공업)은 1999년 8월 모그룹인 대우그룹 해체 여파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내세워 2년만인 2001년 대우 계열사 중 가장 빠르게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매각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최대 채권자였던 산업은행은 전 세계 수주량 1위를 놓치지 않고 채권단과도 모범적 협력모델을 보인 대우조선의 매각작업을 서두르지 않았다.

더디게 진행됐던 매각작업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산은 민영화를 거론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유가 고공행진 속 조선업이 호황을 맞았던 당시 포스코와 GS, 두산, 현대중공업, 한화 등 유수 기업들이 대우조선에 눈독을 들였다.

총력전을 편 한화그룹이 같은 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당시 한화는 인수가로 6조3천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거진 자금난이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

그해 12월 한화는 "MOU 체결 후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져 내년 3월 말인 잔금 납부 시한에 여유를 달라"고 산업은행에 요청했다.

하지만 특혜논란을 우려한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하면서 이듬해 1월 한화의 우선협상자 자격은 박탈됐고, 대우조선 매각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우조선 '21년 매각 진통' 끝내나…새주인 찾아 정상화 전망
◇ EU '몽니'에 경쟁자 현대重그룹 인수도 무산
지지부진했던 대우조선 민영화 작업은 국내 조선업계가 2018년부터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재논의됐다.

특히 국내 조선업 불황 원인이 국내 '빅3'간 내부 경쟁과 저가 수주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산은은 다른 빅3인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중 하나가 대우조선을 인수해 국내 조선산업을 '빅2'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이 2019년 2월 대우조선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고, 곧바로 산은과 본계약이 체결됐다.

산은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현물로 출자하고, 지분 7%와 우선주 1조2천500억원을 받아 2대 주주가 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물적분할을 통해 통합법인에 1조2천500억원을 주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2천500억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까지 새로 출범시키며 적극적인 인수작업에 나섰지만 총 6개국에서 통과해야 하는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1월 심사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의 인수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산은과의 본계약에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이 인수의 선결 조건으로 포함된 터라 EU 심사 불승인으로 3년간 끌어온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의 M&A는 최종 불발됐다.

대우조선 '21년 매각 진통' 끝내나…새주인 찾아 정상화 전망
◇ '주인없는 회사' 21년에 마침표…"신속한 인수 바람직"
현대중공업그룹 인수 불발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대우조선은 많은 위기를 겪었다.

특히 대우조선이 지난 2월 신임 대표이사로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인 박두선 사장을 선임하면서 정권 말 '알박기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지난 6월 국내 최대 조선소 중 하나인 거제 옥포조선소의 5개 독(dock·선박 건조장) 중 가장 큰 제1독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이면서 대우조선은 더 큰 위기에 빠졌다.

파업이 7월 22일 51일 만에 마무리됐지만 작업 중단으로 8천165억원(매출감소 6천468억원·고정비 지출 1천426억원·지체 보상금 271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로의 인수는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 내부에서도 한화 인수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속한 매각을 결정한 것은 '끌면 끌수록 좋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민간기업이 새 주인을 찾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가 예전에 인수작업을 펼쳤던 터라 대우조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고, 인수과정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화 입장에선 방위산업을 포함해 상선 분야까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될 것인데 개인적으로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21년 매각 진통' 끝내나…새주인 찾아 정상화 전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