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가 내년에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6일 발표했다. 지난 6월에 제시한 2.8% 대비 0.6%포인트 낮은 성장률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한편 주요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이 성장률 전망치 조정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OECD는 이날 올해와 내년 세계의 경제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담긴 '중간 경제전망(OECD Interim 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OECD는 매년 5~6월과 11~12월 한 차례씩 '경제전망'을 내놓고, 3월과 9월에 각각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경제전망은 세계경제와 주요 20개국(G20), OECD 회원국을 모두 다루지만, 중간 경제전망은 세계 경제와, G20 국가만을 대상으로 전망이 이뤄진다.

OECD는 이날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지난 6월에 내놓은 경제전망과 동일하다.

다만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6%포인트 낮은 2.2%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내년 들어서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주요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라는 게 OECD의 진단이다.

특히 OECD는 최근 통화정책의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 1.2% 대비 0.7%포인트 낮은 0.5%로 제시했다.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6월 2.5%에서 1.5%로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주요 동시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4%에서 3.2%로 1.2%포인트 낮아졌다. 내년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같은 기간 4.9%에서 4.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 역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수정됐다. OECD는 유로존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0.3%로 제시했다. 지난 6월 전망 1.6% 대비 1.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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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의 물가는 올해와 내년 모두 기존 6월 전망치 대비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OECD는 G20 국가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6월 7.6%로 제시했는데, 이날 8.2%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같은 기간 6.3%에서 6.6%로 0.3%포인트 높였다.

OECD는 통화 긴축을 일찍 시작한 미국이 인플레이션 수준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빠른 진전이 있겠지만, 긴축에 늦게 나선 유로존·영국 등은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OECD는 G20 국가 상당수가 올 3분기에 물가 정점을 경험하고, 4분기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가 제시한 성장률 및 물가 전망치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추가적으로 악화하지 않으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이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등의 이유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 세계 각국의 성장률·물가 전망치는 추가적으로 악화할 전망이다.

OECD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취약계층에 집중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항구적인 추가 부양책을 자제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 완화시 한시적 지원조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