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빅3' 체제 유지…또 엄습하는 출혈경쟁의 '악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년 단위로 호황-불황 반복
일감 절벽땐 저가수주 경쟁
"국책은행이 RG발급 강화해야"
일감 절벽땐 저가수주 경쟁
"국책은행이 RG발급 강화해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국내 조선시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빅3’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조선업 불황이 다시 찾아올 경우 ‘저가 출혈 경쟁’에 따른 조선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216척, 1192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수주 점유율은 43%다. 중국이 45%로 가장 많았다. 일본은 195만CGT로 7%를 차지했다. 다만 국내 조선업체는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 운반선 시장을 싹쓸이했다. 올 들어 8개월간 발주된 111척 중 75%인 83척을 수주하는 등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량도 대부분 달성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7월 말 수주 목표(174억7000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대우조선도 이달 기준 올해 수주 목표치(89억달러)의 97%에 달하는 86억달러 상당의 일감을 확보했다. 올 연말엔 카타르 프로젝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도 예정돼 있다. 확보한 일감만 3년치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2025년 이후엔 조선업 호황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조선업은 수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업종이다. 호황기엔 선박 발주가 몰리지만 불황기엔 일감이 없다. 대우조선이 수년째 영업손실을 낸 것도 불황에 따른 ‘수주 절벽’에서 비롯됐다. 특히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불황 당시 조선 3사는 저가 수주 경쟁 여파로 공멸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조선업 불황이 한창이던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내 조선업계 간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줄여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불승인 결정으로 이 같은 재편 계획은 무산됐다.
조선업계는 향후 조선업 불황이 찾아오면 또다시 빅3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도 “국내 조선 3사가 ‘붕어빵’처럼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선박을 만들면서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내세워 저가 수주를 막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뜻한다. 수익성이 일정 수준 이하인 수주는 국책은행이 RG 발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216척, 1192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수주 점유율은 43%다. 중국이 45%로 가장 많았다. 일본은 195만CGT로 7%를 차지했다. 다만 국내 조선업체는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 운반선 시장을 싹쓸이했다. 올 들어 8개월간 발주된 111척 중 75%인 83척을 수주하는 등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량도 대부분 달성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7월 말 수주 목표(174억7000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대우조선도 이달 기준 올해 수주 목표치(89억달러)의 97%에 달하는 86억달러 상당의 일감을 확보했다. 올 연말엔 카타르 프로젝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도 예정돼 있다. 확보한 일감만 3년치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2025년 이후엔 조선업 호황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조선업은 수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업종이다. 호황기엔 선박 발주가 몰리지만 불황기엔 일감이 없다. 대우조선이 수년째 영업손실을 낸 것도 불황에 따른 ‘수주 절벽’에서 비롯됐다. 특히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불황 당시 조선 3사는 저가 수주 경쟁 여파로 공멸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조선업 불황이 한창이던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내 조선업계 간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줄여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불승인 결정으로 이 같은 재편 계획은 무산됐다.
조선업계는 향후 조선업 불황이 찾아오면 또다시 빅3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도 “국내 조선 3사가 ‘붕어빵’처럼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선박을 만들면서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내세워 저가 수주를 막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뜻한다. 수익성이 일정 수준 이하인 수주는 국책은행이 RG 발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