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앞서 2019년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M&A)이 올초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불허로 좌절되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도 그룹 숙원이었던 조선업에 진출해 방산 부문에서의 ‘육해공 라인업’을 완성할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대우조선을 통째로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석훈 취임 후 매각 급물살…발표 때까지 '철통보안'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매각은 발표 전날까지 철통보안 속에 이뤄졌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1월 현대중공업 M&A가 무산된 직후부터 한화 SK 등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우조선 매각 의사를 타진해왔다. 강 회장은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핵심 선결 과제로 ‘대우조선 매각’을 내세웠다. 지난 수십 년간 경쟁력을 상실한 채 해외시장에서 ‘덤핑 영업’으로 동종업계의 손실만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유무형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새 주인을 빨리 찾아줘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판단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경영 주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과 ‘치킨 게임’을 벌여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데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조선업 특성상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한화그룹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김승연 회장이 결단하면서 협상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에너지와 방산·우주항공 분야를 미래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만큼 그룹 간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과거 6조원에 이르던 몸값이 2조원까지 떨어지면서 한화의 구미를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내 방산회사들의 기업 가치가 상승하고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지훈/이호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