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서인 ‘브랜드 사업부’의 분사를 포기했다. 주가 하락을 우려한 개인 주주들의 반대가 예상보다 거셌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26일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DB하이텍은 수년 전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은 존속회사에 남겨두고 브랜드 사업부는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의 물적분할을 검토해왔다.

주력인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팹리스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포석이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수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기업이지만,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일부 범용 제품은 브랜드 사업부를 통해 자체적으로 설계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의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팹리스 사업을 떼어내면 고객사 신뢰를 얻을 발판이 마련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브랜드 사업부가 물적분할 후 상장한다면 존속 기업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주주들의 중론이었다. DB하이텍의 주가 역시 분사 검토 소식이 전해진 뒤 약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소액주주들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연대를 만든 뒤 물적분할 저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한 뒤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사측에 요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일반주주 보호정책 입법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검토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