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 자산효과'에 소비 찬바람…땡처리 매장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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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쪼그라들자…지갑 닫는 소비자들
인플레·고금리에 생활 팍팍
주가·집값하락에 자산 감소
시민 60% "지출 줄이겠다"
명품 '오픈런' 줄어들고
가성비 상품 알뜰족 늘어
냉동·즉석식품 판매 증가 등
곳곳에서 불황형 소비 패턴
인플레·고금리에 생활 팍팍
주가·집값하락에 자산 감소
시민 60% "지출 줄이겠다"
명품 '오픈런' 줄어들고
가성비 상품 알뜰족 늘어
냉동·즉석식품 판매 증가 등
곳곳에서 불황형 소비 패턴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타오르던 ‘보복소비’가 반년도 안 돼 사그라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야기한 원·달러 환율 급등, 자산시장 붕괴 등이 ‘역(逆) 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화한 명품의 ‘오픈런’ 행렬은 짧아지고,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우선으로 하는 불황형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유통업계에선 “아직 불황이라는 표현을 쓰긴 이르지만, 실질 구매력이 크게 약화해 이런 추세가 장기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반기 소비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세 지속’(51.0%)과 ‘금리 인상’(28.6%), ‘자산시장 위축’(9.6%) 등이 지목됐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침체 우려로 소득 불확실성은 커지는 반면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대출 상환액도 늘어나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경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1.4로 집계됐다. 지난 6월부터 넉 달째 기준점인 100 아래를 맴돌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자가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유명 브랜드 신발을 최대 90% 할인해 일부 상품은 1만원에 판매한다는 게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주민이 몰려들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파가 몰려 행사를 기획한 바이어도 당황할 정도였다.
대형마트 매대에선 생과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과일이 더 잘 팔리고 있다. 냉동고에 넣어두고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먹으려는 의도다. 블루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가 7월 이후 18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냉동 블루베리는 전년 동기 대비 12.1% 불어났지만, 수입 생(生)블루베리는 10.2% 감소했다.
이 기간에 냉동만두와 주먹밥 등 한 끼를 싼 가격에 때울 수 있는 냉동식품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마트 가공식품 바이어는 “전통적으로 냉동만두는 무더운 여름철이 비수기지만, 올해는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경기 불황 시기에 전형적으로 보이는 소비 패턴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델리(즉석식품) 코너의 음식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데도 비슷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반값 중식’ 시리즈 등으로 화제를 모은 롯데마트는 델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불어났다.
유통·식품업계에선 정부가 연일 거론 중인 ‘10월 물가 정점’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대형 식품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작황이 회복되며 글로벌 곡물 가격이 겨우 안정세를 찾았다 싶더니, 이번에는 고환율이 속을 썩이고 있다”며 “최대한 가격 인상을 미루고 버텨보겠지만 곡물 수입 비용이 급증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나온 긍정적 매출 데이터가 이른 올해 추석 연휴(9~12일)로 인한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백화점 CEO는 “소비가 몰리는 추석 연휴가 일러 3분기 들어서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다”면서도 “현장에서 느껴지는 소비심리 악화가 심상치 않아 4분기 실적이 고꾸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자산가치 하락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소비심리가 계속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역(逆) 자산효과
자산효과는 주식 등 자산 가치가 불어날 때 그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역 자산효과는 반대로 자산 가치가 쪼그라든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소득이 그대로여도 소비를 줄이는 성향을 보인다.
박종관/박동휘/이미경 기자 pjk@hankyung.com
코로나19 이후 일상화한 명품의 ‘오픈런’ 행렬은 짧아지고,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우선으로 하는 불황형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유통업계에선 “아직 불황이라는 표현을 쓰긴 이르지만, 실질 구매력이 크게 약화해 이런 추세가 장기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비자 60% “지출 줄이겠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국민 소비지출 계획’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59.7%가 “하반기에 소비를 상반기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소비를 줄이려는 이유로는 ‘물가 급등’(46.3%)이 가장 많이 꼽혔다. ‘고용·소득 불확실성 확대’(11.5%), ‘채무 상환 부담 증가’(10.6%) 등이 뒤를 이었다.하반기 소비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세 지속’(51.0%)과 ‘금리 인상’(28.6%), ‘자산시장 위축’(9.6%) 등이 지목됐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침체 우려로 소득 불확실성은 커지는 반면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대출 상환액도 늘어나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경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1.4로 집계됐다. 지난 6월부터 넉 달째 기준점인 100 아래를 맴돌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자가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땡처리’ 행사에 오픈런
이런 ‘수치’들은 소비시장 곳곳에서 현실화하는 추세다. 대형마트에선 땡처리 행사가 성황이다. 지난 15일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선 오랜만에 오픈런이 벌어졌다.유명 브랜드 신발을 최대 90% 할인해 일부 상품은 1만원에 판매한다는 게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주민이 몰려들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파가 몰려 행사를 기획한 바이어도 당황할 정도였다.
대형마트 매대에선 생과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과일이 더 잘 팔리고 있다. 냉동고에 넣어두고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먹으려는 의도다. 블루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가 7월 이후 18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냉동 블루베리는 전년 동기 대비 12.1% 불어났지만, 수입 생(生)블루베리는 10.2% 감소했다.
이 기간에 냉동만두와 주먹밥 등 한 끼를 싼 가격에 때울 수 있는 냉동식품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마트 가공식품 바이어는 “전통적으로 냉동만두는 무더운 여름철이 비수기지만, 올해는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경기 불황 시기에 전형적으로 보이는 소비 패턴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델리(즉석식품) 코너의 음식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데도 비슷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반값 중식’ 시리즈 등으로 화제를 모은 롯데마트는 델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불어났다.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심리 위축될 듯”
문제는 당분간 이런 소비심리 악화를 반전시킬 별다른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달러 가격은 천장을 뚫을 기세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년2개월 만에 2200선이 붕괴했다.유통·식품업계에선 정부가 연일 거론 중인 ‘10월 물가 정점’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대형 식품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작황이 회복되며 글로벌 곡물 가격이 겨우 안정세를 찾았다 싶더니, 이번에는 고환율이 속을 썩이고 있다”며 “최대한 가격 인상을 미루고 버텨보겠지만 곡물 수입 비용이 급증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나온 긍정적 매출 데이터가 이른 올해 추석 연휴(9~12일)로 인한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백화점 CEO는 “소비가 몰리는 추석 연휴가 일러 3분기 들어서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다”면서도 “현장에서 느껴지는 소비심리 악화가 심상치 않아 4분기 실적이 고꾸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자산가치 하락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소비심리가 계속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역(逆) 자산효과
자산효과는 주식 등 자산 가치가 불어날 때 그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역 자산효과는 반대로 자산 가치가 쪼그라든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소득이 그대로여도 소비를 줄이는 성향을 보인다.
박종관/박동휘/이미경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