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설정 전 원장 퇴진 속 취임…인도에 한국 첫 전통사찰 분황사 건립 성과
비판 노조원 해고 되풀이·자승 전 원장 영향력 논란도
퇴임앞둔 총무원장 원행스님…종단 안정에도 노조와는 갈등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28일 퇴임식을 끝으로 임기 4년을 마무리한다.

원행스님은 2018년 당시 총무원장이던 설정스님이 학력위조·은처자 의혹 등으로 도중하차하자 구원투수로 나서 혼란했던 종단을 안정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27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은 최근 발간한 원행스님 성과자료집 '종단 안정과 화합, 한국불교 미래를 만들어 온 4년'에서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도모해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인 종단으로 거듭나게 됐고, 한국불교 미래를 위해 백만원력이라는 유례없는 결집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총무원장으로서 원행스님을 대표하는 성과는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이뤄낸 인도 분황사 건립이다.

백만원력 결집은 불자들이 1인당 하루 100원씩 시주해 불사 성취를 위한 원력을 하나하나 모아가는 운동으로 볼 수 있다.

그의 바람처럼 백만원력 결집불사에는 많은 불자가 참여했고, 부산의 설매·연취보살은 분황사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올해 5월 대웅전 낙성식을 봉행한 분황사는 붓다 성도지인 인도 부다가야에 들어선 한국 전통양식의 첫 사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로나 사태 이전 관광객은 물론 수행자들의 발걸음이 잦았던 붓다 성도지에 한국 전통 도량을 만들었다는 점은 종단 안팎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원행스님의 총무원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선제 대응에 나서 국가적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불교계는 2020년 초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산문을 폐쇄하고 일상 신행 활동을 중단했다.

퇴임앞둔 총무원장 원행스님…종단 안정에도 노조와는 갈등
그런데도 감염병 상황이 악화하자 매년 부처님오신날마다 열어온 연등회마저 전격 취소했다.

집단 감염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연등회가 취소되기는 신군부가 계엄령을 발동한 1980년 이후 40년 만의 일이었다.

불교계는 2021년에도 거리 연등 행렬을 취소했고, 개별 사찰이나 온라인에서 여는 것으로 대신했다.

거리 연등 행렬은 3년만인 올해 5월 '다시 희망의 일상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재개됐다.

연등회는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그 가치를 세계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원행스님 총무원장 재직 동안에는 봉은사 시왕도, 운문사 칠성도 등 과거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아 제자리로 돌려놓는 환수작업도 활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시작했던 템플스테이 사업은 올해로 20년을 맞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원행스님의 임기 4년간 공(功)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승 전 총무원장 시절 '감로수' 생수사업 비리 의혹을 제기한 조계종 노조지부장과 조합원을 해고 등 중징계한 것은 대표적인 노조 탄압사건으로 꼽힌다.

해고된 노조 지부장 등 2명은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서야 복직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에서 종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노조 간부를 해임하기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원행스님의 총무원은 불복해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이 해고 노조 간부는 최근 봉은사 앞에서 원직 복직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다 승려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당시 현장을 찍은 영상에 폭력의 증거가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총무원은 해당 승려들의 징계에 뒷짐을 지고 있다.

퇴임앞둔 총무원장 원행스님…종단 안정에도 노조와는 갈등
위안부 피해자 생활시설인 '나눔의집' 상임이사였던 원행스님은 시설 운영에 문제가 크다는 내부 폭로에 이어 본인마저 불법 급여 수급 의혹에 휩싸였다.

조계종단은 나눔의집과 조계종은 무관하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으나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을 둘러싼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원행스님이 현직 총무원장임에도 종단 내부의 주요 의사결정이 자신이 아닌 '강남 총무원장'으로 불리는 자승 전 총무원장의 뜻에 따라 결정돼 왔다는 논란은 임기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1994년 조계종 폭력사태 당시 멸빈(체탈도첩) 징계를 받고서 승적이 영구 박탈됐던 서의현(속명 서황룡) 전 총무원장을 26년 만에 복권한 일을 두고도 종단 역사를 퇴행시켰다는 비판이 컸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최근 낸 성명에서 "스스로 바지총무원장이라고 자탄하신 원행 총무원장에게 임기 시절의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일면 가혹한 일일 수 있다"면서도 "종단의 법적 대표권자가 되셨다면 종헌 종법의 문란과 왜곡, 부정의의 토양을 제공한 책임을 지셔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지적은 지금 현재를 이야기하고자 함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누구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 달라는 충정에서 드리는 말이기도 하다"며 "임기 마지막 날까지 큰 탈 없이 마무리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퇴임앞둔 총무원장 원행스님…종단 안정에도 노조와는 갈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