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로 일본 자유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서 10월 말 항공권을 구매했습니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인 만큼 현지에서 맥주도 마시고 화장품·의류 쇼핑도 실컷 할 예정입니다."(30대 회사원 A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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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다음달 11일부터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2019년 7월부터 이어진 '일본 불매운동'이 사실상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불매운동 당시 집중 타깃이 됐던 상품은 일본여행상품과 의류 및 맥주였다. 의류와 맥주 판매량은 이미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가 겹치며 불매운동 기간이 가장 길어졌던 여행상품마저도 정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9년 급감했던 여행객…'무비자 개인 여행' 허용 소식에 수요 '폭증'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위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2020년 부산 동구 유니클로 범일점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정부의 사죄배상 등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와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사진=뉴스1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위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2020년 부산 동구 유니클로 범일점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정부의 사죄배상 등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와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사진=뉴스1
2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비자 개인 여행' 소식이 알려지며 일본 여행 예약 건수는 급증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달 1~25일 일본 여행 예약 건수는 전월 동기간 대비 1120% 늘었다. 참좋은여행의 최근 일본 여행 예약자는 하루평균 500명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 불매운동 이전 수준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앞서 2019년 7월 한·일 무역분쟁으로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진행됐을 당시 불매의 대상에 일본 여행상품이 포함되며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 6월 61만1867명이었던 일본행 한국인 출국자 수는 그해 12월 24만795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는 엔저 현상, 비행 거리 등을 고려하면 다른 나라보다도 더욱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이나 불매운동 이전부터 일본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행지였다"며 "여행수요로만 보면 사실상 불매운동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항공편이 정상화되지 않아 여행 수요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일본으로 떠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맥주·의류도 이미 회복세

서울 시내 편의점의 맥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편의점의 맥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불매운동 대상 대표 소비재였던 맥주와 의류 제품 판매량은 이미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1만807t으로 전년 동기간(5005t) 대비 116% 늘었다. 한 대형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는 올해 들어 수입맥주 묶음 할인 대상에 일본 맥주를 포함했다. 2019년 8월 이후로는 관련 행사에 일본 맥주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아사히, 삿포로, 기린이치방 등이 포함된 것이다.

일본 의류 부문에서 불매운동의 집중 타깃이 됐던 유니클로의 실적 역시 회복세다.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2020년9월1일~2021년8월31일) 매출은 5824억원으로 전년(6298억) 대비 7.5% 줄었지만 영업손익은 884억원 적자에서 52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이 기간 진행됐던 마르니, 질샌더 등 유명 브랜드 및 디자이너와의 협업 상품은 출시 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오픈런 행렬을 만들어냈다.

일본 본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 역시 5437억원으로 전년(4986억원) 대비 9% 증가했다. 영업손익은 33억원 적자에서 11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한 일본 소비재 기업 관계자는 "주류나 의류 등 소비재 부문에선 이미 불매운동 현상을 찾아볼 수 없다"며 "다만 한일관계가 정상화되진 않았고 역사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등을 고려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건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