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2개월 만에 또 다시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전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 우려 등이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이 사상 최저치"라며 향후 반등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6일(현지시간) 구리 가격은 전장 대비 0.8% 하락한 t당 7340달러선(12월물 기준)으로 주저앉았다. 장중 한때 t당 73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구리 가격은 올해 3월만해도 LME 거래소에서 t당 1만845달러로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으나 최근 3분의1 수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그로 인한 산업계의 구리 수요 약세 전망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대란과 인플레이션 위기가 주요 경제국의 경기 침체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게 구리값 폭락을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계속 심화하고 있는 강달러 현상도 구리 투매세를 촉발시켰다. 여기에 더해 LME 거래소 내 구리 재고가 지난 15일 이후 꾸준히 유입되면서 25% 이상 늘어나 12만9000t을 기록한 점은 단기 수요가 꺾일 우려를 부각시키며 구리 가격에 또 다른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한 금속 전문 트레이더는 "경제성장과 구리 수요에 대한 파장, 달러화 급등과 구리 재고 증가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구리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LME 거래소의 구리 보증 취소 규모는 8월 말 50%였던 것에 비해 7%로 떨어졌다.
"구리가 또…?" 2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닥터코퍼 [원자재포커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구리가 반등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구리 가격이 2025년에 지금의 2배 이상 뛸 것으로 예측했다. 눈 뜨면 제일 먼저 사용하게 되는 토스트기부터 하루종일 손에 들고 사는 핸드폰, 일할 때 필요한 컴퓨터 등 구리가 사용되지 않는 전자기기를 찾는 게 더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최근의 구리 투매세는 시장이 그저 직면한 단기 우려를 반영했을 뿐"이라며 "고작 단기적인 이유 하나 때문에 산업적 수요가 탄탄한 구리의 전망을 낮춰본다는 건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이 구리 값의 사상 최저치에 가까울 것"이라며 "2024년 이후엔 지금의 변동성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