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사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했다고?…사실일까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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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달러 사재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외환)위기 때 금을 모으던 국민이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를 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은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6.3% 올랐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20% 상승했다. 김 전 차관의 지적대로 엔화가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쳤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은 걸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더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달러 사재기가 원·달러 환율을 압박하고 있는 건 사실일까?
한국은행의 지난달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에 따르면 국내 달러 예금 잔액은 749억달러로, 전달 대비 15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가운데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10억2000만달러 줄어든 629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은 119억4000만달러로 전달보다 5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달러화 예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2016년 8월(15.7%)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예금 잔액으로 보면 개인의 달러 사재기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한은 관계자 역시 "올해 들어 환율이 오를 때 개인들은 이익 실현을 위해 달러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달러를 팔면 원·달러 환율이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달러 사재기'를 '해외 투자'로 넓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38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주식 투자는 343억1000달러에 달한다. 해외 투자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이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압박이 된다. 물론 국제수지상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서학개미와 같은 개인의 투자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해외투자 급증에 따라 달러 매입이 크게 늘면서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이 최근 두드러지는 것은 해외투자 급증에 따른 내국인의 달러 수요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환차익을 보기 위한 불법 외환거래 적발 금액도 급증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불법 외환거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관세청이 적발한 외환 사범 건수는 58건으로, 금액으로는 2조349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적발 금액 1조3256억원보다 77.2%나 많은 금액이다.
일부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은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며 달러 투자를 공개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금융기업 임원 A씨는 최근 SNS에 "2030년대 원·달러 환율 2000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국제 경쟁력은 괄목할만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지난 40년간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을 보였음에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 들고 있는 달러를 원화로 다시 바꾸려는 마음을 고쳐먹고, 일정부문의 달러는 장기로 들고 가는 것도 고려해 보시라"며 "매월마다 미국 우량주식 장기 분할매수가 좋은 재테크 전략"이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김 전 차관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은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6.3% 올랐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20% 상승했다. 김 전 차관의 지적대로 엔화가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쳤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은 걸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더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달러 사재기가 원·달러 환율을 압박하고 있는 건 사실일까?
한국은행의 지난달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에 따르면 국내 달러 예금 잔액은 749억달러로, 전달 대비 15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가운데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10억2000만달러 줄어든 629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은 119억4000만달러로 전달보다 5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달러화 예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2016년 8월(15.7%)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예금 잔액으로 보면 개인의 달러 사재기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한은 관계자 역시 "올해 들어 환율이 오를 때 개인들은 이익 실현을 위해 달러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달러를 팔면 원·달러 환율이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달러 사재기'를 '해외 투자'로 넓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38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주식 투자는 343억1000달러에 달한다. 해외 투자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이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압박이 된다. 물론 국제수지상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서학개미와 같은 개인의 투자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해외투자 급증에 따라 달러 매입이 크게 늘면서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이 최근 두드러지는 것은 해외투자 급증에 따른 내국인의 달러 수요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환차익을 보기 위한 불법 외환거래 적발 금액도 급증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불법 외환거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관세청이 적발한 외환 사범 건수는 58건으로, 금액으로는 2조349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적발 금액 1조3256억원보다 77.2%나 많은 금액이다.
일부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은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며 달러 투자를 공개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금융기업 임원 A씨는 최근 SNS에 "2030년대 원·달러 환율 2000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국제 경쟁력은 괄목할만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지난 40년간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을 보였음에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 들고 있는 달러를 원화로 다시 바꾸려는 마음을 고쳐먹고, 일정부문의 달러는 장기로 들고 가는 것도 고려해 보시라"며 "매월마다 미국 우량주식 장기 분할매수가 좋은 재테크 전략"이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