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때문에 10분 지각했는데 임금 삭감…직장내 괴롭힘일까
<사례>
“저는 원리원칙대로 처리했을 뿐입니다. 팀원이 10분 지각해서 원칙대로 임금을 삭감한 건데 왜 제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되나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팀장 B가 계속해서 위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자, 조사 담당자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팀장 B는 평소 팀원들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B는 출퇴근시간 및 휴게시간을 1분이라도 지키지 않는 팀원이 있다면 다른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해당 팀원을 불러 "출퇴근 및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횡령입니다. 제가 팀장인 이상 이런 일은 전혀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이런 B의 성향을 아는 A를 비롯한 팀원들은 출퇴근 및 휴게시간을 오차 없이 지키기 위해 매우 노력했습니다. 특히 A는 팀원 중 출퇴근길이 가장 많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입사 후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시작됐으며 사건 당일에는 일부 지역이 침수되고 교통이 마비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로 인해 A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발했으나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처음으로 10분 가량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헐레벌떡 사무실 안으로 뛰어들어오니 문 앞을 지키고 선 B가 보였습니다. B는 A가 들어오자마자 먼저 출근한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10분이나 지각입니다. 경고에요"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A는 바로 "죄송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버스가 지연돼서… 다음부터 더욱 조심하겠습니다"라고 했으나 B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 핑계입니다. 저희 회사 취업규칙상 지각한 시간은 임금 삭감할 수 있는 것 알죠? 늦은 10분에 대해서는 임금 삭감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A는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질책을 당한 것이 수치스러웠으며 그동안 팀장 B의 촘촘한 관리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가 폭발했습니다. 그날 점심시간에 A는 바로 인사팀을 찾아가 팀장 B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며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집에서 출발했음에도 폭우 때문에 10분 늦은 건데 임금 삭감조치를 한다며 소리를 지르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삭감되는 임금이야 얼마 되지 않겠지만 이런 상황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숨막힙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사팀 담당자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B는 "저는 원리원칙대로 처리했을 뿐입니다. 팀원이 10분 지각해서 원칙대로 임금을 삭감한 건데 왜 제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되나요? 저는 회사의 규율을 더욱 철저히 지키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A가 신고한 B의 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난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

<판단>
지난 8월 9일 중부지방 일대에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9월 초에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부지역을 강타해 일부 지역이 침수되고 교통이 마비되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천재지변이 발생한 경우 예기치 못한 교통마비, 사업장 피해 등 다양한 사유로 근로자의 지각 및 결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회사가 지각 및 결근한 시간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근을 유급으로 처리한다'는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의 규정이 없는 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이를 무급으로 처리해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을 것이며, 통상적인 경우 이러한 사정만으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해당 사안의 경우 B가 폭우로 인해 지각한 A에게 다른 팀원들이 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고성으로 질책했는데, 이 행동은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설령 회사의 규율을 더욱 철저히 따르는 팀을 만들기 위한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원칙에 따라 직원을 관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조직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기도 합니다. 다만 근로시간을 분 단위로 관리하고 1분이라도 어긋나는 경우 임금삭감조치를 취하는 등 직원을 과도하게 감시 및 통제하는 행위는 적대적인 근무환경(hostile work environment)을 만드는 관리방식 중 하나인 '마이크로 매니징(micro-managing)'에 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잘못을 주지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올바른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적대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정다예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