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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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전세보증금 반환시기가 돌아오기 전 취약계층에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넘겨 22억원 상당의 보증금 반환의무를 떠넘긴 사기범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김병문)는 지난 22일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노후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해 전세보증금 반환채무 약 22억원을 떠넘긴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발표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A씨의 공범인 B씨와 C씨 등은 2015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부산 해운대구 노후 주택 61채를 사들인 뒤 이 주택 시세를 매수가격보다 2~3배 부풀려 세입자를 입주시켜 전세보증금 약 40억원을 챙겼다. 이들 일당은 이 과정에서 주택 매매가격의 90%까지 전세보증금을 지원하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와 C씨는 세입자를 받은 뒤 또 다른 사기에 나섰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고액의 전세보증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긴 채 취약계층 13명에게 노후 주택 42채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22억원가량의 전세보증금 반환채무를 떠넘겼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범행에 가담해 피해자 모집을 맡았다. 그는 “집을 60채 정도 가진 사람이 급하게 해외로 이민을 가야해서 집을 공짜로 주려고 한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 대부분은 등기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었다. A씨는 모집인원 한 명당 30만원을 받기로 하고 범행에 동참했다.

이 같은 사기로 B씨와 C씨는 먼저 붙잡혀 2019년 5~6월 특정경제범죄처벌법위반(사기)죄로 구속 기소됐다. B씨는 징역 6년, C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A씨는 노후 주택을 사들여 전세금을 챙긴 1차 범행 때는 참여하지 않아 당초 경찰 수사단계에선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가 입증됐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민생 침해 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