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소규모 카페 어쩌나…일회용컵 공공기관 반입 제한 논란
정부가 정책 순응도가 높은 세종시와 제주에서 1회용 컵보증금제를 선도적으로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세종시 공공기관에 일회용 컵 보증금 적용 대상이 아닌 컵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이 마련돼 논란이 되고 있다.

시행될 경우 1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이 아닌 세종시 내의 소규모 카페나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2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추진방안 및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세종시 내 공공기관에 ‘보증금제 미적용 1회용컵’ 반입 제한을 권고해 제도 안착에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7일 환경부 관계자는 "컵보증금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공무원들이라도 사용량 줄이자는 의도"라며 "훈령 형식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입이 제지되는 1회용 컵은 보증금 반환에 쓰이는 '라벨지'가 붙지 않은 컵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컵보증금제가 전국에 100개 이상 매장이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라벨지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파는 음료의 일회용 컵에만 붙게 된다.

또 형식적으로는 권고라지만 훈령 형식으로 제정될 경우 공직 내부에서는 사실상 구속력이 발생하게 된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공무원은 "아침에 커피를 한 잔 사서 들어가는 것이 일과"라며 "반입 제한이 권고될 경우 소규모 카페 보다는 프랜차이즈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책 준수율이 높은 공무원들을 압박하는 정책 덕분에 지역 소상공인들도 힘들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에서는 청사 내부에 소규모 카페가 들어서 있기도 하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 판매 시 1회용컵에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도록 하고, 사용한 1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반환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 6월부터 카페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1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환불 처리·경영 부담 등을 이유로 한 소상공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12월 1일까지 제도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