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후퇴'?…금융노조, 2차 총파업 10월 중으로 잠정 연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오는 30일로 예정했던 2차 총파업을 다음 달로 잠정 연기했다.

금융노조는 27일 제 12차 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총파업으로 인해 금융 소비자에게 끼칠 불편과 최근의 금융시장 동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금융노조 조합원 등 1만3000명(경찰 추산)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1차 총파업을 벌였다. 이들의 핵심 요구 사항은 △임금 인상 △주 36시간(4.5일제) 실시 등 근로 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 인력 유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중단 △정년 연장과 임금 피크제 개선 등이다.

금융노조는 2차 총파업을 연기했지만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규탄대회'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26일부터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여의도 금감원과 광화문 금융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엔△은행 점포 폐쇄와 △ 관치 금융 발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에는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산업은행 지방 이전 추진 중단 △금융규제혁신 추진 방향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지부대표자회의에서 "9·16 총파업은 새 정부의 노동·금융·공공정책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보낸 총파업이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이달 30일 제2차 총파업을 10월 중으로 잠정 연기하고, 당일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앞에서 400명 규모의 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노조 측은 "지난 26일 박 위원장과 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의 대대표 교섭에서 교섭 재개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견해차가 있지만, 다음 달 4일까지 대대표 교섭을 매일 개최해 올해 산별교섭을 마무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파업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금융노조가 '일보후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지난 16일 1차 총파업 당시 3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17개 은행(인터넷은행 제외)의 총파업 참가율이 전체 직원 기준으로 9.4%, 금융노조 조합원 기준으로 13.6%라고 설명했다. 2016년 총파업 때는 참가율이 전체 직원의 15% 수준이었다.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550만원이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귀족 노조'가 임금을 올려 달라며 총파업을 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