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책硏도 폐지 권고한 '착한 임대인 제도'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게 생겼다. 정부는 ‘4명 초과 모임 금지’, ‘밤 10시 이후 영업금지’ 등을 통해 국민의 행동을 제약했다.

피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집중됐다. 영업제한으로 임차료를 못 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자 정부는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에게 인하액의 50%를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 제도에 ‘착한 임대인 제도’란 이름을 붙였다.

당초 2020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던 이 제도는 세 차례 연장돼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세액공제율은 50%에서 최고 70%로 올랐다.

2년이 흐른 지금, 국책연구원의 성과 분석을 보면 이 제도의 효과는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6일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조세특례심층평가’ 보고서에서 “소상공인의 임차료 감소 효과를 지지하는 계량경제학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세연이 지난해 중소기업 실태 조사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임차료 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0년 소상공인의 임차보증금과 월세가 전년 대비 각각 7.0%와 6.3% 하락했지만, 이는 착한 임대인 덕분이라기보다 상가 임대 수요 감소 때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세연은 설명했다.

임대료를 깎아준 임대인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1년 조세 감면 실적을 보면 임대사업자 10만3956명이 1인당 455만원의 임대료를 깎아주고 228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았다. 임차료를 감면받은 임차인 수는 18만910명에 이른다. 총 세액공제액은 2367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세액공제 실적만큼 임대료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임대인과 임차인 수가 적은 것도 한 이유다. 특히 서류상의 임대료 인하가 실제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로 이어졌는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조세연은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하하면서 관리비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임대인이 임대료를 깎아줄 수 있느냐, 없느냐엔 저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임대료를 깎아주지 못한 임대인 중에도 코로나19 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임대료를 깎아줬느냐, 깎아주지 않았느냐에 따라 임대인을 ‘착한 임대인’과 ‘나쁜 임대인’으로 나누는 건 자칫 ‘편 가르기’로 흐를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을 돕는 실질적 대책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