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왜 인기가 없을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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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실적 늘리는데 급급한 임대주택, 결국 포퓰리즘
"임대주택도 민간에 맡기면 효율적"
"임대주택, 내 집 마련으로 거쳐가는 징검다리 역할해야"
실적 늘리는데 급급한 임대주택, 결국 포퓰리즘
"임대주택도 민간에 맡기면 효율적"
"임대주택, 내 집 마련으로 거쳐가는 징검다리 역할해야"
임대주택은 무주택 저소득 서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주거복지의 일환입니다. 대부분 공공에서 건설, 운영하지만 민간에서 짓고 관리하는 임대주택도 있어 이제는 소득 수준에 맞는 다양한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이 계속 비어가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유형별로 차이는 있지만 시세의 30% 수준까지 저렴하게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6개월 이상 공가로 남아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실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올해 6월 말 현재 L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건설임대) 92만618가구 중 공가는 3만2038가구(3.5%)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가 호수와 공실률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8년 1.2%에 그쳤던 공실률은 2019년 1.6%, 2020년 2.3%, 2021년 3.1%에 이어 2022년 6월 현재 3.5%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8119가구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과 인천에도 각각 419가구, 1281가구가 6개월 이상 빈 집 상태입니다.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의 공실이 1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공실률이 높아가는 가장 큰 원인은 좁은 면적 때문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미임대기간이 긴 임대주택 단지를 조사했더니 전용면적이 작은 호수에서 장기 미임대율이 높았습니다. LH 담당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지역본부에서는 미임대율이 높은 소형보다는 조금 큰 평수를 짓고자 건의하지만 실적 쌓기에 급급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듯 합니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3채가 아닌 실적 늘리는데 필요한 5채의 임대주택이 되는 겁니다. 임대주택의 포퓰리즘입니다.
실적 쌓기 위주의 임대주택 건설은 미임대율을 계속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빈집 숫자는 2015년 106.9만 호에서 2020년 기준 151.1만 호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같이 빈집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계속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라는 근본 원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집세’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은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의 LH와 유사한 조직이 일본에도 있습니다. UR도시기구(Urban Renaissance Agency)라고 합니다. 필자는 예전 UR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임대주택의 재건축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UR측의 설명에 의하면 더이상 기존의 노후된 임대주택을 재건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냥 철거해서 노인대상 복지시설이나 공원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계속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의 수요자가 없어 재건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선배나라인 일본의 사례를 참조한다면 현재와 같이 무작정 짓고 있는 공공 임대주택은 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의 총량을 이야기합니다. OECD국가 대비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더 지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재 선진국에서도 임대주택을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유지비도 많이 들고 슬럼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자 임대료 보조(주택바우처)로 선회했습니다. 영국은 1980년대에 당시 대처 총리가 부실한 공공임대주택을 서민들에게 값싸게 공급하는 불하정책을 펼쳤습니다. 프랑스도 1980년대부터 임대료 보조정책을 실시했고, 나머지 유럽국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건설에서 임대료 보조로 정책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1900년대 중반 이후 공공임대주택을 복지 성장의 기조로 삼았던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한다면 이제 막 주거복지를 실행하려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방향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래전 주거복지가 정착된 선진국의 사례를 무작정 따라간다는 것은 그리 좋은 대안은 아닐 듯 싶습니다.
서울시장이 타워팰리스같은 임대주택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서는 이를 반영하는 중입니다. 구로구 고척동에 최고 45층 높이의 초고층 임대주택 대단지, 고척아이파크가 곧 입주합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 중 국내 최대규모(2205가구)입니다. 고급 임대주택과 더불어 대규모 상업시설(코스트코), 복합행정타운, 공원 등 문화공간을 함께 조성해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척아이파크의 최고 청약경쟁률은 무려 55.18대1이나 됩니다. 수요자에게 필요한 임대주택 또한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임대기간이 30년인 국민임대나 20년인 장기전세, 매입임대와는 다르게 임대기간이 4년 또는 8년으로 비교적 짧습니다. 하지만 이는 임대주택을 보급하는 목적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보여집니다. 10년 이상을 임대주택에서 편하게 거주한 서민들의 경우 자산축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난 부동산 가격 상승기 때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분들이 벼락 거지로 전락한 사례를 고려한다면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목표는 자가 소유가 되어야 합니다. 계속 편하게 임대주택에 거주하라는 정부의 정책은 임대주택 거주자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임대주택은 내 집 마련 이전에 거쳐 가는 징검다리에 그쳤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하지만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이 계속 비어가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유형별로 차이는 있지만 시세의 30% 수준까지 저렴하게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6개월 이상 공가로 남아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실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올해 6월 말 현재 L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건설임대) 92만618가구 중 공가는 3만2038가구(3.5%)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가 호수와 공실률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8년 1.2%에 그쳤던 공실률은 2019년 1.6%, 2020년 2.3%, 2021년 3.1%에 이어 2022년 6월 현재 3.5%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8119가구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과 인천에도 각각 419가구, 1281가구가 6개월 이상 빈 집 상태입니다.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의 공실이 1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공실률이 높아가는 가장 큰 원인은 좁은 면적 때문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미임대기간이 긴 임대주택 단지를 조사했더니 전용면적이 작은 호수에서 장기 미임대율이 높았습니다. LH 담당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지역본부에서는 미임대율이 높은 소형보다는 조금 큰 평수를 짓고자 건의하지만 실적 쌓기에 급급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듯 합니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3채가 아닌 실적 늘리는데 필요한 5채의 임대주택이 되는 겁니다. 임대주택의 포퓰리즘입니다.
실적 쌓기 위주의 임대주택 건설은 미임대율을 계속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빈집 숫자는 2015년 106.9만 호에서 2020년 기준 151.1만 호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같이 빈집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계속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라는 근본 원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집세’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은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의 LH와 유사한 조직이 일본에도 있습니다. UR도시기구(Urban Renaissance Agency)라고 합니다. 필자는 예전 UR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임대주택의 재건축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UR측의 설명에 의하면 더이상 기존의 노후된 임대주택을 재건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냥 철거해서 노인대상 복지시설이나 공원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계속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의 수요자가 없어 재건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선배나라인 일본의 사례를 참조한다면 현재와 같이 무작정 짓고 있는 공공 임대주택은 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의 총량을 이야기합니다. OECD국가 대비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더 지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재 선진국에서도 임대주택을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유지비도 많이 들고 슬럼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자 임대료 보조(주택바우처)로 선회했습니다. 영국은 1980년대에 당시 대처 총리가 부실한 공공임대주택을 서민들에게 값싸게 공급하는 불하정책을 펼쳤습니다. 프랑스도 1980년대부터 임대료 보조정책을 실시했고, 나머지 유럽국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건설에서 임대료 보조로 정책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1900년대 중반 이후 공공임대주택을 복지 성장의 기조로 삼았던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한다면 이제 막 주거복지를 실행하려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방향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래전 주거복지가 정착된 선진국의 사례를 무작정 따라간다는 것은 그리 좋은 대안은 아닐 듯 싶습니다.
서울시장이 타워팰리스같은 임대주택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서는 이를 반영하는 중입니다. 구로구 고척동에 최고 45층 높이의 초고층 임대주택 대단지, 고척아이파크가 곧 입주합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 중 국내 최대규모(2205가구)입니다. 고급 임대주택과 더불어 대규모 상업시설(코스트코), 복합행정타운, 공원 등 문화공간을 함께 조성해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척아이파크의 최고 청약경쟁률은 무려 55.18대1이나 됩니다. 수요자에게 필요한 임대주택 또한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임대기간이 30년인 국민임대나 20년인 장기전세, 매입임대와는 다르게 임대기간이 4년 또는 8년으로 비교적 짧습니다. 하지만 이는 임대주택을 보급하는 목적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보여집니다. 10년 이상을 임대주택에서 편하게 거주한 서민들의 경우 자산축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난 부동산 가격 상승기 때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분들이 벼락 거지로 전락한 사례를 고려한다면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목표는 자가 소유가 되어야 합니다. 계속 편하게 임대주택에 거주하라는 정부의 정책은 임대주택 거주자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임대주택은 내 집 마련 이전에 거쳐 가는 징검다리에 그쳤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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