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선물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목재 선물은 미국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올 초까지만 해도 상승했으나, 최근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목재 선물은 1000보드피트(bf)당 429.3달러로 마감했다. 1보드피트는 두께 1인치에 넓이 1제곱피트의 목재 단위다. 이날 목재 선물 종가는 지난 3월 기록한 연고점보다 70% 이상 폭락했다. 1년 전 대비해서는 30% 이상 하락했다. 최근 2년여 동안 최저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가다.
<목재 선물 가격 동향>
자료: 팩트셋, 월스트리트저널
<목재 선물 가격 동향> 자료: 팩트셋, 월스트리트저널
목재 선물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리모델링 등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세를 탔다. 미국 등지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른 점도 과거 목재 선물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줬다. 목재 가격은 보통 주택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 건축 자재로 쓰이는 목재 수요도 줄어들기 마련이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3월 초에는 공급망 차질 우려 등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사재기 수요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건설 경기가 위축되자 목재 선물 가격도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등했던 미국 집값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집값이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심각한 불균형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급이 균형을 이뤄 사람들이 다시 집값을 감당할 수 있게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택 시장이 조정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의 8월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보다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9.9% 줄어든 480만건(연율)으로 집계됐다. 이는 7개월 연속 감소다.집값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NAR이 집계한 미국의 8월 기존 주택 가격(중간값)은 38만9500달러로 40만달러 선을 밑으로 밀렸다.

목재업계에서는 목재 선물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기 세력이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뉴욕주에서 목재회사를 운영하는 마이클 굿맨은 WSJ에 “지난 2년간 동안 급하게 목재를 사들이던 과열 수요는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미 목재회사들은 목재 생산을 줄이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포레스트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의 폴 얀키 애널리스트는 목재 소비가 올해 2.5%, 내년 4.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