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한국투자증권은 스티펄과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스티펄 뉴욕 사무실에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스티펄의 론 크루쉐스키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합작회사 이름은 SF크레딧파트너스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SF크레딧파트너스 주식 15만200주를 2147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금액은 향후 5년간 ‘캐피터 콜’ 방식으로 출자할 예정이다. 취득 후 한국투자증권의 지분율은 75.1%다.
SF크레딧파트너스는 연내 정식으로 출범한 후 미국 현지에서 사모대출 사업에 주력한다.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인수·합병(M&A), 회사 운영 등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할 계획이다. 지분 투자가 아닌 대출 형식으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PEF)와 구분된다. 이 같은 미들마켓 론(중견·중소기업 직접 대출)은 도드-프랭크법, 볼커룰 등으로 글로벌 대형 은행의 직접 참여가 제한된 틈새시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모대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펀드 운용자산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390억달러(약 1500조원)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9.2%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는 기준금리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사모대출을 자본조달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일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미국 현지에서 발굴한 상품을 국내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합작회사 인수 딜의 아시아 지역 우선매각권도 확보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스티펄과 주식발행(ECM), 채권발행(ECM), M&A 자문, 자산관리(WM)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고객들에게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계속 발굴해 한국투자증권의 장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2000년부터 미국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글로벌 IB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지난해 53억달러 규모의 야후 인수금융에서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올 초에는 유럽 사모펀드 PAI파트너스와 손잡고 44억달러 규모의 트로피카나 인수금융을 공동주관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